▲ 윤태환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 (사)울산관광재단 선임직 이사

많은 이들이 관광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여행을 좀 해본 사람들은 자신이 관광전문가라 생각하고 단편적 아이디어나 본인의 경험만으로 관광을 말한다.하지만 관광지 선택은 생각보다 복잡한 의사결정 메커니즘으로 이뤄진다.안전하지 않은 자동차를 사는 소비자는 없지만, 안전 때문에 자동차를 사는 소비자도 거의 없다. 오히려 브랜드, 가격, 디자인을 보고 선택한다. 안전은 중요하지만 핵심 구매 요인은 아닌 것이다.관광객도 마찬가지다. 불결하고 비위생적인 곳을 다시 방문하고 싶은 사람은 없지만,깨끗하고 위생적이라고 해서 그곳을 방문하지는 않는다.관광객의 목적지 선택에 실제 영향을 주는 핵심 유인 요인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올해 초 울산관광재단이 출범했다. 이달에는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가 개관할 예정이다. 공업도시에서 관광도시 울산으로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하지만 관광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관광지를 개발하는 것 만으론 부족하다. 공업도시 이미지가 강한 울산은 타 지역보다 더 과감한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울산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특징을 바탕으로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포지셔닝 방안을 수립해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핵심 이미지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관광지의 선택 메커니즘과 관광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관광정책을 세워야 한다. 이 부분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정책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울산관광재단이 설립된 목적이기도 하다.

울산관광재단의 출범은 여러 의미가 있다. 울산이 기존의 중화학 공업과 같은 전통적 주력 산업만으로는 더 이상 도시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으로 기존 산업구조에서 탈피한 새로운 미래의 먹거리로 관광산업을 육성해 도시 성장동력을 다변화하겠다는 의지와 울산을 친환경적이며 쾌적한 도시로 이미지를 변모시켜 시민과 방문객들의 삶의 질에 더 방점을 두겠다는 의미도 있겠다.

사실 외부인의 시각에서 울산과 관광이라는 이미지를 연결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울산은 대한민국 근대화를 선도한 산업수도로서 산업관광 기반이 어떤 곳보다 뛰어날 뿐 아니라, 태화강국가정원, 반구대암각화, 천전리 각석, 영남알프스와 같은 풍부한 자연·역사 관광자원들을 가지고 있다. 이에 더해 UECO의 개관은 울산이 가지고 있는 대규모 산업시설이 바탕이 된 풍부한 산업전시회와 컨벤션 수요를 기반으로 마이스산업과 관광산업의 발전을 함께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굴뚝없는 황금산업’으로 일컬어지는 마이스산업은 관광산업 내에서도 손꼽히는 친환경 고부가가치산업으로 경제적 파급효과 뿐 아니라 도시의 인지도와 이미지 개선 효과가 매우 커 울산의 새로운 이미지 창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울산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관광도시의 창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지난한 장기전이다. 타 지역보다 늦게 출범한 울산관광재단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가 필수적이다.

UECO의 개관을 앞두고 수익성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전시컨벤션센터가 적자라며 수익성을 높일 방안 강구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 같다. UECO는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만든 기관이 아니다. 지역 경제 성장을 위한 플랫폼으로 연관된 산업 전반을 발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진 기관이다. 따라서 혈세를 낭비하지 않기 위한 효율적 경영과 수익성의 추구는 구분될 필요가 있다. 전시컨벤션센터가 공익성을 외면하고 수익성만을 추구한다면 본래의 설립 취지를 해치고 지역 마이스산업 생태계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다. 이런 전시컨벤션센터의 수익성 강조 원인에는 경영성과가 강조되는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공공기관 평가 방식 그리고 언론의 경쟁적 보도의 탓도 크다. 공공적 성격이 강한 사회간접자본시설이라는 전시컨벤션센터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를 잊지 말아야 한다.

첫술에 결코 배부르지 않다. 울산 관광산업의 비상을 기대한다면 질책이나 지적보다는 성공을 응원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주길 바란다. 윤태환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 (사)울산관광재단 선임직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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