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울산으로 나아가기 위해
문화콘텐츠산업 생태계 구축 필수
문화기술학과·울산기록원 설립을

▲ 김정배 (사)문화도시울산포럼 이사장 문학박사

한때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을 들었던 울산이 지금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유구한 역사문화를 간직한 국가정원 생태도시로 변모해 시민들은 새로운 자부심을 갖게 되었고, 더 나아가 문화콘텐츠의 제작과 향유에 대한 기대 또한 크다.

지난 2월 시의회의 ‘지역 문화콘텐츠 육성·지원 조례’ 통과, 4월8일 울산시와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의 ‘울산 콘텐츠 발전을 위한 워크숍’ 공동 개최, (사)울산콘텐츠협회 창립은 많이 늦었지만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문화콘텐츠산업 추진이 ‘미래의 먹거리 창출’ ‘풍부한 산업 데이터’ 등 상투적인 구호에만 머물고 전략적 판단과 적극적 행정으로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울산이 ‘문화콘텐츠산업 불모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년 실태조사에 의하면, 문화콘텐츠산업 사업체(서울 제외) 전체 2305개 중 울산은 고작 32개로 최하위다(세종 6 제외, 대구 118·부산 293·인천 86·대전 62·광주 69). 콘텐츠 분야(만화, 음악,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캐릭터, 지식정보, 콘텐츠솔루션)에서 울산은 음악 1, 게임 2, 영화 1, 방송 7, 캐릭터 4, 지식정보 16, 콘텐츠솔루션 1 등이다. 종사자수는 전체 65191명 중 242명(부산 3367명, 대구 1991명)이다. 매출액은 전체 20조2546억원에서 울산은 223억원(부산 3205억원, 대구 2514억원)이다. 문화콘텐츠산업에서 울산은 사업체수 1.4%, 종사자수 0.4%, 매출액 0.1%를 점하고 있다. 이 수치는 1999년 정부의 ‘문화산업진흥기본법’ 제정 이래 울산시의 정책 부재를 여실히 보여 준다.

어떻게 해야 할까? 투 트랙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나는 공공성이 담보된 자연 및 역사자원의 디지털문화콘텐츠화다. 그동안 민관은 꾸준히 원천자료를 수집·정리해왔고 2019년 ‘디지털울산문화대전’으로 결실을 맺었다. 문제는 이 자료에 예술성·창의성·오락성·여가성·대중성 등 문화적 요소를 체화한 ‘부호·문자·도형·색채·음성·음향·이미지 및 영상’ 등 디지털문화콘텐츠로 제작·유통시키는 일이다. 이러한 작업은 빅데이터, 증강현실, 초고속네트워크, 3D영상, 디지털크리처 등 문화기술의 융합으로 가능하다. 그래서 ‘울산콘텐츠코리아랩’이 감당하기 어려운 교육과 지원을 체계적으로 강화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2019년 울산연구원이 제시한 ‘지역거점형 콘텐츠기업 육성센터’를 보완하거나 열린시민대학에 ‘문화기술학과’ 설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도시아카이빙(city archiving)을 통한 지역문화콘텐츠화다. 지역의 기록은 지역마다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2019년 국내 처음으로 지방기록물 관리기관으로 ‘서울기록관’이 설립되었다. 도시아카이빙은 특정 지역의 지역성(locality)을 기록하는 것으로 지역 주민이 기록의 주체이며 그래서 상시적으로 지역민의 삶을 기록할 수 있다. 기록 대상은 지역의 역사, 문화, 종교, 경제, 교육, 생활, 민속, 전승 등 자원과 현황은 물론이고 건물과 공간, 기념물 등 지역 도시 공간,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의 회상과 감정을 구술 채록함으로써 개인적 기억을 사회적 기억으로 담아낸다. 이러한 기록의 결과물이 문화콘텐츠 제작의 자료로 이용되는 것이다. 기록 과정 자체 또한 콘텐츠이며 다시 기록으로 보존되어 새로운 콘텐츠 제작의 자료가 된다.

기록 활동에서 지역민은 지역의 기록자이며 문화콘텐츠 창작자이고 향유자가 된다. 그래서 시민이 아카이빙을 통한 문화콘텐츠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울산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장비와 지원 인력, 교육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곳은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도시아카이빙과 문화콘텐츠 창작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울산기록원’ 설립이 필요하다.

문화콘텐츠산업의 생태계 구축은 울산이 문화도시로 가는 첩경이다. 정확한 실태 파악, 고도의 전략적 판단, 그리고 현실적 정책이 절실한 때다. ‘문화기술학과’와 ‘울산기록원’ 설립이 추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배 (사)문화도시울산포럼 이사장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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