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화상경마장을 설치한다는 소식이 있던 날. 그 폐해를 먼저 떠올렸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가선용의 휴식공간이라기 보다는 경마도박꾼들의 집합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맹우 울산시장의 "화상경마장 울산 설치 불허"라는 결단에 안도감을 갖고 시민단체들의 반대운동에 공감하면서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화상경마장 설치를 추진하는 모 개발업체가 또다시 용도변경절차를 통해 재추진하겠다는 보도를 보면서 도박으로 인한 가정의 폐해와 붕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도박은 자신의 황폐화 뿐만 아니라 가정파탄의 원인이 된다. 가산을 탕진하고 노름빚을 갚으라는 협박전화, 노름빚을 갚기 위한 어린이 유괴 등 도박성 범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가정갈등은 가정폭력으로 이어지고 점점 악순환 되어 이혼에까지 이른다. 문제의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이 보고 듣고 배운대로 세대 이전을 하게 되면 폭력을 일삼고 학교폭력, 사회폭력으로 이어진다.

 1993년 7월28일 "도박추방운동협의회"를 구성하여 중독성도박을 예방하기 위한 대대적인 운동을 펼친 바 있다. 도박에 관한 특강, 캠페인, 유인물 배포, 검찰의 도박사범자수기간 설정, 놀이문화 대안(사과놀이)을 제시하면서 이미 중독된 도박중독자 치료를 위한 "단도박(斷賭博)친목모임"(GA:Gamblers Anonymous)을 설립하였다. 울산의 중구, 남구와 부산, 경주 등에 4개소를 설립하였고 지금도 모임을 지속하며 도박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본인은 물론 가족이 함께 환자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수 백명의 도박중독자(환자)들이 GA에 모여들지만 도박충동을 이기지 못해 또다시 도박장을 찾는다. 결국 10분의 1도 치유되지 않지만 자신의 의지가 굳은 환자는 피나는 노력으로 건강한 가정을 회복하고 직장생활도 하고 있다. 단 1명의 치유된 도박중독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배우자, 자녀, 부모형제, 일가친척, 사회에 이르기까지 안정과 평화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박의 종류는 많다. 화투, 카드, 빠찡꼬, 카지노, 경륜, 경마 등 돈을 걸고 내기를 하는 것은 도박이다. 인간은 누구나 도박심리가 있다. 일확천금의 도박심리나 한탕주의 심리는 일하는 보람을 무너뜨리고 근로정신을 좀먹는다. 창원의 경우 경륜 빚에 고민하던 시민이 자살한 사례도 있다. TV경마장(마권장외발매소)은 도박에 의한 사행성 오락시설로 규정하기 때문에 울산시민의 정서를 해칠 확률이 높다. 도박은 사회의 병폐이고 망국병인 것이다.

 사행심을 조장하고 주민정서를 해치는 화상경마장을 재추진하려는 모 개발업체는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한다.

 울산시의회의 여론조사결과 시민의 80.4%가 화상경마장 유치를 반대하고 있으며, 울산리서치의 조사 결과 역시 78.8%가 유치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구 모 발전위원회에서는 울산시민의 상당수가 화상경마장 유치를 찬성한다며 1만200여명이 서명한 진정서를 남구청에 제출하였으나 부실한 서명서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화상경마장의 위치가 삼신초등학교에서 직선거리 192m에 위치하여 학교정화구역에 포함되어 학습권 침해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약 200m 거리의 주위에는 대규모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 모 개발업체가 당초 제출한 용도변경안을 일부 수정하면서까지 화상경마장을 재추진하려는 의도는 울산시민들의 안정되고 평화로운 가정을 파괴하려는 행위와 다름이 없다.

 지방세수 증대와 주민 레저·문화공간 활용 등의 명분을 내세우지만, 화상경마장이 전국에 28개소나 있기 때문에 과연 얼마나 많은 외부인들이 이용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만약 울산시민이 대부분이라면 실익이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행성 도박장의 유치로 인해 주변지역의 향락풍토 만연 등 가정에 미치는 악영향과 울산의 정서를 생각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가정이 안정되고 평화로울 때 삶의 의욕이 생기고 직장과 사회생활이 원만하게 된다.

 사행성을 조장하는 도박시설보다 가족과 더불어 정서적으로 유익하고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는 시설이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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