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영웅들이 산타클로스가 돼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소아암 어린이들이 홍명보(LA 갤럭시), 황선홍(전남 코치)등 TV로만 봤던 한일월드컵 4강 영웅들의 경기를 직접 관람하고 모처럼 환한 표정을지었다.

 21일 푸마& 홍명보장학회 소아암어린이돕기 축구경기가 열린 고양종합운동장.

 홍명보가 소아암을 앓고 있는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마련한 사랑팀과 희망팀의 자선경기에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1만8천여명의 관중이입장, 사랑을 함께 나눴다.

 이 중에는 VIP룸에 초대된 소아암 환자 40여명과 가족들도 있었다.

 급성림프성백혈병을 앓고 있다는 구윤성(8)군은 마스크를 썼지만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홍명보아저씨를 좋아한다』면서 「홍명보아저씨 꼭 이기세요. 파이팅」을 외쳤다.

 윤성군은 이어 『새해 소망은 빨리 낫는 것이고 친구들과 함게 뛰어놀고 싶다』고말했다.

 척수암 환자인 김용인(16)군도 『경기장에 나와 너무 좋다. 좋아하는 안정환이나오지 못해 아쉽다』면서 쾌유 의지를 보였다.

 동심으로 돌아간 이들은 선수들이 골을 넣을 때 마다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사랑과 희망」은 오프닝행사부터 경기장에 넘쳐났다.

 모든 선수들이 산타, 루돌프 사슴, 눈 사람 등으로 분장, 그라운드에 나선 것.

 관중들은 출전 선수의 이름이 하나씩 열거될 때마다 우레와 같은 함성을 보냈고,정조국(안양)이 루돌프 사슴 탈을 쓰고 뒤뚱뒤뚱 입장할 때는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경기는 다소 싱거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처음부터 밀고 밀리는 접전을 보였다.

 홍명보와 절친한 이하라 마사시, 기타자와 쓰요시, 라모스 등 사랑팀의 일본축구대표팀 출신 3명은 실전같은 플레이를 구사, 눈길을 끌었다.

 황선홍은 몸이 예전같지 않았지만 시종 희망팀의 골문을 공략했고 홍명보는 「일본의 홍명보」로 불리는 이하라와 함께 철벽수비를 과시하는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보여줬다.

 양팀의 균형은 후반 2분 사랑팀의 교체 멤버인 정조국의 발에서 깨졌다.

 정조국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상대 골키퍼 조준호가 나온 것을 보고 아웃사이드로 강슛을 날린 게 GK의 머리를 넘겨 골망을 흔든 것.

 사랑팀은 5분 뒤 최성국이 추가골을 뽑았으나 고종수(9분), 김대의(15분)에 연속골을 허용, 2-2가 됐다.

 이후 난타전을 벌인 끝에 정경호(울산)가 결승골을 터뜨린 희망팀이 4-3 역전승을 거뒀다.

 홍명보는 『자선경기를 갖게돼 너무나 자랑스럽고 선후배 동료들도 고맙다. 누구이름으로 하든 이 행사가 계속 이어지도록 도와주고 참여하겠다』면서 『소아암 환자에 대한 인식이 커진 게 오늘 경기의 성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반만 뛴 이하라는 『한일전 A매치에 15번 나왔는 데 한국 선수들과 같은 팀에서 뛰게 돼 영광』이라며 『이 경기는 소아암 어린이들을 돕는 것이어서 큰 의미가 있고 한일관계에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팀의 지휘봉을 잡은 김호, 이회택 감독은 홍명보를 장한 후배라고 입을 모은뒤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주최측은 입장료와 경매, 후원금 등으로 모은 2억2천만원을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연합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