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군 영덕읍내를 관통하는 덕곡천은 읍을 둘러싼 화림산, 입내산(들온산) 등에서 흘러내린 물이 합쳐져 하나의 소하천을 이루고 있다. 너비 30m, 길이 1천300여m에 불과하지만 영덕군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1만3천여명의 영덕읍 주민들이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전형적인 도심 하천이다.

 덕곡천은 불과 3년전만 해도 수질오염 상태를 측정할 필요성이 없을 정도로 생활폐기물 등 각종 쓰레기 더미속에 파묻혀 있었다.
 생존보다 환경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시골지역의 무감각한 환경인식이 그대로 투영돼 하천을 "생명의 젖줄"로 대하기보다 쓰레기를 내다 버리거나 태우는 장소로 이용해 왔다.
 하천을 감싼 3m(높이) 남짓한 콘크리트 제방 뒤쪽에 형성된 주택가와 상가 등지에서 발생한 생활하수와 오수가 "자연스럽게" 하천으로 흘러 내렸으며 처리하기 힘들어 던져 버린 쓰레기도 하천 주변에 즐비했다.
 하천의 "생명수치"인 하천유지수량도 극히 저조해 비가 내리지 않으면 주변의 생활하수와 오수가 전부일 정도로 말라 비틀어진 "건천" 형태가 수십년동안 지속돼 왔다.
 하지만 지난 2000년 덕곡천으로 흘러드는 읍내 "세천(細川)" 10여곳에서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미나리 식재사업이 추진되면서 덕곡천은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미나리의 뛰어난 수질 자연정화 능력을 확인한 영덕군청은 환경부에 특색사업을 신청해 덕곡천 정화사업의 "밑천"인 5억4천여만원의 국비를 지원받았다.
 하천을 더 이상 하수구와 쓰레기장으로 버려둘 수 없다는 주민공감대 형성도 하천정화 사업을 뒷받침했다.
 다행히 덕곡천으로 마구 흘러드는 생활하수를 한데 모아 정화하는 영덕하수종말처리장이 2001년 9월 준공돼 그야말로 덕곡천 정화사업의 획기적인 기틀을 마련했다.
 같은 해 8월 수십년동안 각종 오물이 퇴적해 있던 하천바닥을 긁어 내는 수질정화 공사를 시작으로 식생호안(1천575m), 자연석 호안(854m), 미나리·갯버들·갈대·부들 등 1만3천그루의 수생식물을 심었다.
 물이 흐르는 하상(유수단면) 10여m를 제외한 나머지 하상 20m에는 자생력이 뛰어난 수생 묘목은 물론 하천유실을 막고 오염을 정화하는 식물들을 심어 인근 주민들이 밭으로 경작할 수 없도록 했다.
 또 물이 흐르지 않는 하상과 유수단면을 구분하는 자연석 호안과 산책로를 만들고 하천을 건너는 징검다리도 군데군데 마련해 친환경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공사 완공후 처음 1년동안 덕곡천은 수생식물 묘목이 자라지 않아 황량한 모습이었으나 점차 식물군락이 하천에 자리잡으면서 현재의 생태하천 모습을 유지해 오고 있다.
 여름이면 깊지는 않지만 자연석 호안 구석구석을 뒤지며 물고기를 잡는 어린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아침 저녁마다 산책로를 달리는 주민들의 소중한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친환경 하천으로 변모한 덕곡천의 가장 큰 장점은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일상생활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하천이라는 점이다.
 영덕군청은 지난해 9월 주민 500여명을 하천변에 모아놓고 하천정화 사업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음악연주회 행사를 열었다. 이후 덕곡천은 그림그리는 장소,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초저녁 가족들의 산책길로 이용되는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영덕군청 환경보호과 김상문씨(35·8급)는 "관리하고 가꿔나가야 할 대상으로서의 하천이 아니라 주민의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된 하천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주민들도 이같은 점을 서서히 인식하는 것 같아 하천오염 걱정은 더이상 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밝혔다.

◇덕곡천으로 바라본 태화강
 덕곡천은 무엇보다 하천에 손을 덜 댄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물이 흐르는 하천바닥을 긁어낸 자리에 깨끗한 흙과 자갈 등을 다시 깔고, 유수단면과 하천변을 구분하는 시설물을 설치했지만 이는 하천정화를 위한 최소한의 인공적 요소에 불과하다.
 하천을 가둬 놓은 콘크리트 제방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있으며 하천 너비 30m중 물이 흐르는 10m를 제외한 20m의 하상은 손을 대지 않은채 쓰레기만 깨끗히 치웠다.
 영덕군청 환경보호과 임성장 수질담당(49·6급)은 "주민들의 따가운 눈초리에도 하상에 심은 수생식물이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공사 후의 황량한 모습으로 1년동안 기다렸다"며 "하천의 자연정화 능력을 최대한 살린 이같은 친환경적 방법이 물고기 잡이를 하는 오늘의 덕곡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덕곡천은 영덕에서 가장 큰 하천인 오십천으로 흘러드는 지류이고 주거단지 한복판을 가로지는 점이 태화강 수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무거·여천천 등과 성격이 딱 들어 맞는다.
 따라서 무거·여천천을 친환경 생태하천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덕곡천처럼 하천에 유입되는 생활하수를 완전히 차집해 깨끗한 수질상태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먼저 확보하고 손을 덜 대는 방안을 찾아 봐야 할 것이다.
 또 성급하게 수질개선 효과와 생태하천 성과물을 내놓기 위해 태화강에 인공적인 시설물을 설치하기 보다는 하천의 자연정화 능력을 최대한 살리는 수생식물 식재 등의 고전적인 방법을 도입하는 것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덕곡천은 태화강도 콘크리트 제방을 그대로 놔둔채 주민들의 소중한 휴식공간과 생태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박정남기자 jnp@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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