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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경상시론
[경상시론]착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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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4.02.04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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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밤하늘에서도 가끔씩 별이 보인다. 수천, 수억 광년을 쉬지 않고 달려와 이 작은 행성에서도 잠을 못 이루고 홀로 어둠을 응시하는 이들에게 어김없이 인식되는 저 아름다운 빛을 보라. 잠시 생각해 본다. 아니, 그 별빛들이 문득 내게 일깨워준다. 저 무한대로 깊은 우주의 어둠 속에서 근심 어린 어머니의 눈길로 이 지구를 지켜보고 있을 어떤 존재를. 그이는 오늘도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준이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다. 일찌감치 철이 든 착한 아이였다. 아기 때도 배만 부르면 혼자서 벙싯벙싯 웃으며 잘 놀았다. 대여섯 살 무렵부터 시장에 가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머니가 든 짐을 나눠 들곤 했다. 세 살이나 더 먹은 형이 맨몸으로 따라오면서 다리가 아프네 어쩌네 하며 불평을 할 때도 준이는 낑낑거리면서도 제가 맡은 짐을 기어코 집에까지 가져오곤 했다.
 아이는 형이 자기 것을 탐내면 장난감이건 간식 거리 건 다 내주곤 했다. 그래도 형이 자꾸 욕심을 부리며 괴롭히고 빼앗아 가면 한다는 짓이 겨우 제 머리를 벽에다가 쿵쿵 찧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 아이가 어느 날부터 얼굴이 새카맣게 타고 늙은이처럼 한숨을 푹푹 내쉬곤 했다. 밥도 잘 안 먹고 어렵사리 먹고 나서는 그 작은 손으로 배를 먼저 쓰다듬곤 했다. 이상하게 여겨 이유를 물으니 "엄마, 나 학교 안 가면 안 돼요" 라는 소리를 신음처럼 뱉어냈다. 이게 무슨 소린가. 너무나 놀라 사연을 알아보니 같은 학년의 몇몇 아이들이 똘똘 뭉쳐서 준이를 괴롭혀 온 것이었다.
 처음에는 준이와 가장 친했던 재호가 타깃이었다. 재호도 너그럽고 무던한 아이였다. 그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고 정신병원에 입원하자, 준이가 패거리의 타깃이 된 것이었다. 어머니의 마음도 새카맣게 탔다. 밤에 아들의 방에 들어가 보면 땀을 흠뻑 쏟으면서 잠꼬대를 하곤 했다. 야, 이 나쁜 놈들아. 제발 좀 그만 해. 제발. 어머니는 녀석들이 아들의 꿈까지 짓밟는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패거리네 집으로 쳐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후회했다. 아들을 남보다 더 착하게 키우려고 애를 써온 자신이 너무나 저주스러웠다. 아들 몰래 녀석들의 어머니를 만났다. 우리 애가 그럴 리 없어요. 우리 애만 아니라 여럿이서 그랬다니 거기 애가 비정상일 거예요. 한결같은 소리였다. 너무나 분했다. 머리채를 잡고 욕이라도 실컷 퍼붓고 싶었다.
 그러나 또 참았다. 준이의 생일을 기다렸다가 아이들을 모두 불러 맥도날드에서 파티를 열었다. 표 안 나게 녀석들을 끼워 넣어 환심을 사기 위함이었다. 파티를 하는 동안 그녀의 신경은 온통 패거리의 우두머리라는 아이에게로 쏠렸다. 자기도 모르게 자꾸 그 아이에게 다가가 아첨을 떨곤 했다. 얘, 너 참 잘 생겼다. 이거, 더 먹어라. 다른 거 뭐 더 먹고 싶은 거 없니. 뭐든지 말만해라. 아줌마가 다 사줄게. 그 아이도 겉은 멀쩡했다. 그 사실이 너무나 두려웠다. 모든 게 다 거짓말 같았다.
 파티가 끝났다. 아이들이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우두머리 아이가 패거리를 데리고 으스대며 다가왔다 그리고 말했다. 아줌마. 걱정 마세요. 이제부터 누가 준이를 괴롭히면 우리가 가만 안 둘 거예요. 말투며 행동이 가히 조폭 수준이었다. 준이 어머니는 아이의 그 말을 듣고 다시 눈앞이 아뜩해졌다. 패거리 아이들은 그녀의 속셈을 벌써부터 다 읽고 있었던 거였다.
 아이들에게 부모는 이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별이었을 거였다. 그런데 망나니 같은 이 물질만능의 세태를 건너오면서부터 그 별빛이 흐려지고 탁해졌다. 그리하여 이제 착하게 사는 것을 약한 것으로 능멸하고, 사악함을 오히려 강한 것으로 숭배하는 아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참으로 우리 어른들부터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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