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쇤지 얼마되지 않아 풍요로움을 나타내주는 둥근 보름달이 새해 들어 처음으로 떠오르는 대보름날이 되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태양을 하늘에, 달을 땅에 비유하였다. 전통적으로 땅에 의지하여 땅의 소출을 가지고 살아가는 농경 민족으로서 땅은 곧 부유의 상징이자 생명 그 자체였다. 그리하여 땅의 관념을 지닌 달을 숭상하고 달에 의지하여 농경생활을 영위하여 왔던 것이다.
 특히 보름은 달이 가장 왕성한 때이기에 특히 중시하였다. 정월대보름은 새해에 접어들면 처음으로 맞이하는 보름으로 그 의미를 더 두게 되었고, 우리 민족의 큰 명절로 세시풍속과 민속놀이가 전국 각지에서 행하여 왔었다.
 우리 울주지방에서도 다양한 정월대보름 민속놀이가 행해지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은 달집태우기, 지신밟기, 쥐불놀이 등이다.
 이러한 대보름 민속놀이는 액을 물리치고, 풍년을 기원하며 그해의 풍흉을 미리 점치는 도구로 활용되었던 것이다. 즉, 대보름은 한해 농사의 풍요와 일년 신수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날이다. 특히 농사나 풍년을 비는 행사가 많은데 당산제, 줄달리기, 쥐불놀이 등 농사의 시발행사로 대보름 전날 첫닭이 울면 퇴비 한 짐을 자기 논에 뿌림으로써 농사일을 시작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였다.
 아무튼 대보름은 마을 단위로 제의와 민속놀이를 통해서 다가올 농사철 공동작업을 위한 일체감과 결속을 높이는 농경사회에서 매우 의미가 큰 명절이지만 현대에 와서 그 의미가 점차 사라져가기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그중 쥐불놀이는 농촌에서 정월 첫 쥐날(上子日)에 쥐를 쫓는 뜻으로 논이나 밭둑에 불을 놓는 세시풍속의 한가지 놀이이다. 이날은 마을마다 청소년들이 자기네 마을에 있는 논두렁이나 밭두렁에다 짚을 놓고 해가 지면 일제히 불을 놓아 잡초를 태운 것으로 쥐구멍 속에 든 쥐를 잡고 마른 풀에 나붙은 해충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이 쥐불의 크고 작음에 따라 그해의 풍흉을 점치기도 하였다.
 또한 다리 밟기라는 민속놀이도 있었는데 다리를 밟음으로 다리에 병이 없기를 기원하였다. 이 놀이는 주로 부녀자들이 행하였는데, 그 옛날 부자연스러운 부녀자의 행동에 있어 일말의 자유가 허용된 하나의 풍속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모든 대보름날의 풍속은 달이 휘영청 떠오르기 직전 솔가지 등으로 달집을 만들어 달을 맞이하며 한해의 소원과 풍요를 빌던 달집놀이에 이르면 그 절정에 이르는 것이다.
 짚으로 자기 나이만큼 매듭을 지어 태우며 보름달을 향한 간절한 소망의 기도는 타오르는 불과 함께 지난 시절의 허물을 태우며 올 한해를 바르게 살아보고자 하는 염원의 시발이었던 것이었다.
 그처럼 우리 민족은 순박하였고, 자연과 벗하고 살던 착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제 시절은 많이 변하여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사람은 많이 줄어들었다. 대보름날 귀가 밝아지라고 귀밝이술을 먹고 달을 향해 소원을 비는 사람도 줄어들었다. 또한 부럼을 깨면 피부병이 적게 생긴다고 믿는 사람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 시절 달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던, 그리고 모두가 평안히 잘 살기를 바라던 그 상생(相生)의 마음은 영원할 것이다.
 올해는 총선이 있는 관계로 수많은 정치지망생들이 보름달을 보며 너도 나도 자신의 소원을 비는 관계로 일반서민들은 달을 보면서 빌 기회도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도 든다.
 정녕 쥐불을 놓으며, 달집을 태우는 마음으로 지난 허물을 딛고 어울려 사는 사회를 바라는 그 마음은 영원했으면 한다. 오늘의 정월대보름이다. 울산시민 모두가, 울산 전체가 축복받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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