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아무 변화가 없었던 프랑스의 한 마을에 어느날 신비의 여인, 비안느가 딸과 함께 나타나 초콜릿 가게를 연다. 그녀가 만드는 초콜릿은 이상한 마력을 발휘해 마을 사람들을 사랑과 정열에 빠져들게 한다"
 줄리엣 비노쉬가 주연한 영화 〈초콜릿〉의 일부다. 이 영화에서 초콜릿은 노인들에게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위기를 맞은 연인들을 다시 불타는 사랑에 빠지게 하며 불화가 끊이지 않던 이웃들을 다시 화해시킨다.
 이 영화에서 보여지듯이 초콜릿은 인간의 감정과 신체에 영향을 주는 각종 성분으로 가득하다. 14일 초콜릿을 주고 받는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의 효능과 부작용을 영양학적·의학적 측면에서 접근해 본다.
 초콜릿은 카카오 나무 열매를 발효시켜 건조한 "카카오콩"이 주 원료로 여기에 설탕·우유·향료를 첨가해 굳히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 진다. 초콜릿 옹호론자들은 이 카카오콩에 카페인, 데오브로민, 포도당,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등 좋은 성분들이 포함돼 있어 건강에 좋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카페인은 우울한 기분을 자극해 원기를 찾아준다. 미량의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가볍게 자극해서 침체된 기분을 밝게 해준다. "실연당했을 때 초콜릿을 먹어라"라는 말도 이 카페인의 작용과 무관하지 않다.
 데오브로민은 대뇌를 자극하는 기능이 있다. 이 성분은 대뇌의 피질을 부드럽게 자극해 사고력을 올려주며 포도당은 뇌가 활동하기 위한 유일한 에너지원으로 지속적으로 뇌에 영양을 공급, 뇌의 활동을 원활하게 한다.
 플라보노이드는 심장혈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코코아는 소량의 아스피린과 같은 기능을 해 혈액응고를 줄여준다. 홍차에도 함유돼 있는 폴리페놀은 활성산소(산소 속에 포함된 산화력이 강한 맹독물질)의 활동을 억제, 노화를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좋은 것도 과하면 해가 되는 법, 너무 많은 초콜릿 섭취는 오히려 몸에 해가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특히 식품영양학 전공자와 전문의들은 초콜릿의 약리 작용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들은 초콜릿에 위와 같은 성분이 포함돼 있다 하더라도 그 양이 극히 미미해 "약발"이 받을 지 의문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신완철 울산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초콜릿의 달콤함이 기분을 좋게 할 수도 있지만 분해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직접 몸에 흡수되지 않는 다당류에 비해 초콜릿의 단당류는 체내에 직접 흡수되므로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 해롭다"고 말했다.
 또 강문규 강문규내과 원장은 "초콜릿의 여러 성분이 몸에 영향을 준다는 타당성 있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며 "오히려 초콜릿에 다량 함유된 당분과 지방 등이 비만, 고혈압, 위염, 역류성식도염, 충치 환자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 원장은 "하지만 초콜릿이 기분을 전환시켜주거나 등산이나 운동을 할 때 단기적으로 열량을 보충시켜 주는데는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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