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 햇살이 예사롭지 않다. 겨우내 앙상하기만 했던 나무들이 금방이라도 하나 둘 눈을 틔울 기세다. 울창한 숲 속 나무들이 내뿜는 향기를 후두둑 맞으며 피로를 씻을 수 있는 신록의 계절이 기다려지는 봄날이다. 아직은 알싸한 향기 대신 앙상한 나무들 뿐인 숲이지만 그래도 아무 말 없이 도심에서 지침 심신을 달래려는 이들을 기다려주는 숲이 고맙다.
 울창한 숲에서 눈 부시게 싱그러운 녹음에 몸을 맡긴 채 신선한 숲 향기를 가슴 깊은 곳까지 채워넣으면 그동안 가슴에 쌓였던 피로가 조금씩 넘쳐 흘러 버리는 것일까. 언제 힘이 들었었냐는듯 정신이 맑아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숲으로 간다. 숲의 고요함과 푸르름에 잠시나마 현실을 놓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샤워" 라고도 불리는 삼림욕은 특별한 요령이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숲 길을 걸으면서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과정을 반복하기만 하면 된다. 가끔 가벼운 체조를 곁들이면 더욱 좋다. 폭포와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서는 잠시 앉아서 자연의 소리를 듣거나 책을 읽어도 좋다. 이렇게 자연에 몸을 맞기고 심신의 안정을 찾는 자연건강법이 바로 삼림욕이다. 좋은 사람과 나란히 숲길을 거닐면 더없이 좋은 데이트가 되기도 한다.
 녹음이 짙은 숲 속에 발을 들여놓으면 누구나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수목에서 발산되는 방향성 물질인 "피톤치드(Phytoncide)" 때문이다. 피톤치드는 숲의 식물이 만들어 내는 살균성질을 가진 모든 화합물을 총칭하는 말이다. 인간에게 생기를 주는 물질이다. 숲 속의 향긋한 냄새는 바로 피톤치드의 주성분인 "테르펜"이라는 화학물질이 공기중에 휘발하면서 나는 것이다.
 숲 속에서 피톤치드를 피부로 느끼고 들이 마시면 유해한 병균을 죽이고 스트레스를 없애줘 심신을 안정시켜 준다. 또 심폐기능을 강화시켜 기관지 천식과 폐결핵 치료에도 도움이 되고 혈관을 유연하게 해 고혈압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피부를 소염, 소독하는 약리작용을 하기도 하고, 신경계를 강하게 해 허리 아픈데도 도움이 된다.
 삼림욕을 효과적으로 즐기려면 수목의 생육이 가장 왕성한 시기인 초여름이나 한여름이 좋다. 이때 발산되는 테르펜의 양은 겨울철에 발생하는 양의 5~10배에 달한다. 하루 중에는 오전 10~12시경 숲 가장자리에서 100여m 들어간 곳에서 호흡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시간은 3시간 정도. 잎이 넓은 활엽수보다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등 침엽수가 많은 숲이 좋다. 복장은 땀이 잘 발산되고 바람이 잘 통하면 된다. 신발은 걷기 편한 신발이면 된다.
 숙박시설이 마련돼 있는 자연휴양림은 전국에 약 100여곳이 있다. 울산에는 울주군 상북면 등억리 간월휴양림,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 신불산휴양림이 있다. 제철에는 휴양림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지만 요즘은 여유가 있다. 한적한 산길에서 막바지 겨울산을 만끽하는 것도 좋다. 굳이 자연휴양림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수목원이나 삼림욕장 또는 숲이 우거진 인근 산의 삼림욕도 좋다. 문의 삼림청홈페이지 www.foa.go.kr 박은정기자 musou@ksilbo.co.kr

사진설명= 진주시 이반성면 대천리 17만평 규모의 경상남도수목원 산책로.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길 옆의 앙상한 나무들이 눈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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