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 복사꽃, 라일락, 개나리꽃이 각양각색으로 그 자태를 뽐내며 마치 꽃의 경선 축제라도 하는듯 하더니 민주당, 한나라당의 야단스럽던 대통령 후보 경선이 끝날무렵, 꽃이 지고 녹음이 무성하여 천지에 초록빛 하나로 만상이 합의를 본 모양이다.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이 있는 달이다. 부모없이 태어난 사람이 없고 학력이 있든 없든 배우지 않고 스스로 아는 사람이 없으니, 부모와 스승은 우리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분이다.

 옛날에, 마차는 커녕 소달구지도 다니지 않는 깊고 깊은 두메산골에 한 부부가 살았다. 부부는 금슬이 좋아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며 슬하에 떡두꺼비같은 아들을 두었다. 어린애가 걸음마를 배우고 말귀를 알아들을 때쯤, 이 부부는 심심하기도 하고 자식이 귀여워서 서로 쳐다보며 어린아이더러 "니거 어머니 한대 때리고 오너라"하면 어린애는 쪼르르 달려가서 제 어머니 귀쌈을 한대 때리고 또 "니거 아부지도 한대 때리고 오너라"하면 어린애는 종종걸음으로 달려가서 제 어버지 귀때기를 한대 때렸다. 그것이 귀엽고 재미있어 이 부부는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했다. 한가한 날이나, 저녁상을 물리치고 나면 그 놀이는 다반사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린아이는 똑똑하고 영리하였지만, 여차하면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를 번갈아가며 뺨을 때리고 즐겁게 웃곤 하였다. 그것은 좋지못한 일이라고 타일러도 듣지 않았다. 그때서야 그 아이의 부모는 자기들이 자식을 잘못 가르친 것을 뉘우치며 후회하였으나, 어린애기때부터 몸에 배인 습관을 고칠 수가 없었다.

 지면 관계로 이 산골 부부의 얘기는 여기서 끝맺지만 이것은 단순히 항간에 전래되는 얘기로 보기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어릴때부터 부모의 가르침이나 가정 견문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에게 순종하고 효도하는 사람은 자식도 자기에게 효순할 것이요, 부모에게 거역하고 불효하는 사람은 제 자식 또한 자기에게 거역하고 불효할 것이니, 이 사실을 믿지 못하겠거든 처마끝의 빗물을 보라. 방울방울 떨어져 내리는 것이 어김이 없지 않은가"

 이 말은 "명심보감"의 효행편에 나오는 말이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식에게 모범이 되는 언어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부모를 닮지 않는 자식이 없으니, 실로 부모된 자 자식 앞에서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요즈음 대통령 영식 삼형제가 부정비리의 도마위에 올라서 상처를 입고 있다. 그 진위야 어떠하든 왜 그런 말이 나오게끔 처신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나라를 다스리기 전에 가정을 잘 다스려야 하고 가정을 다스리기 전에 제 몸의 수양을 먼저 해야 한다는 성현의 말씀이 피부에 와 닿는다.

 하기야 김대중 대통령께서 야당투사로 옥살이를 하며 사선을 넘나들 때 그 가족들의 고통이야 어떠하였겠는가. 수긍이 가는 일이지만, 자식들에 대한 미안감이나 죄책감보다도 이번에 겪는 이 일은 얼마나 참담한 것인가 역지사지로 생각해 볼 일이다.

 그러나 일언이폐지하고, 대통령 스스로 자식들에게 모범이 될만한 정직성을 몸소 실천하였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우리들은 확언할 수 없다. 이 필자 역시 깨끗하고 정짓하게 살아왔는가 물으면 당당하게 "그렇다"하고 답할 수 없을 테지만".

 우리는 누구나 할 것없이 크고작은 차이는 있지만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 정직한 자 당당히 나와 이 심판대에 서 보라고 한다면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누구나 머뭇거릴 것이다.

 가정은 인간생활의 기본이다. 가정생활이 원만치 못하면 장관을 한들, 국회의원을 한들 모래위에 집을 짓고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자식을 잘 길러 정직하게 사회에 봉사하게 하고, 부모님을 잘 모시고 공경하고 효도하며 살아가는 길이 아름다운 삶의 길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우리 다같이 깊이 반성하며 가치있는 삶의 길을 모색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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