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흉악한 살인사건과 인질사건이 보도되었다. 자동차 번호판을 훔치던 일당 2명을 회사원과 경비용역업체에서 검거하여 경찰에 신고하였는데, 경찰관이 범인을 체포 후 경찰차에 태워놓고 잠시 범인의 차가 있는 곳으로 가는 사이 범인이 경찰차를 몰고 도망가 1명을 놓쳐버렸고, 그는 결국 도망갔다가 검거과정에서 자살하였다. 또 한 사건은 경찰관이 인질극을 벌이던 현장에 출동하였으나, 범인이 공기총으로 위협하자 권총을 빼앗긴 채 범인의 인질이 되었다가 범인이 권총을 이용하여 자살한 사건이다.

 필자는 이 기사를 보면서 우리나라 경찰이 강력범죄에 대하여 너무 무력하고 경찰관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경찰의 기본적인 임무는 범죄를 예방하고 소탕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인데, 위 두 사건을 보면 자신의 생명이나 장비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찰을 믿고만 있을 수는 없고, 국민 스스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번호판을 훔치던 범인의 경우 신고를 받은 경찰이나 출동한 경찰이 좀더 깊이 생각해 보았으면 그렇게 허술하게 대처하지는 아니하였을 것이다. 자동차 번호판은 그 자체로는 별 재산적 가치가 없는 물건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훔친다는 것은 훔친 번호판을 차에 부착하여 또다른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서라는 것은 보통 사람들도 능히 생각할 수 있다. 다른 범죄란 무엇인가. 차량을 이용한 범죄로는 절도, 납치 강도, 납치 강간 등 강력범죄가 금방 떠오르지 않은가. 그렇다면 신고를 받거나 출동한 경찰은 범인이 이미 강력범죄를 저질렀거나 저지르려는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출동과 검거과정에서 이를 고려하였어야 한다. 나중에 밝혀진 바이지만 그들이 불특정 다수 여성을 상대로 얼마나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던가. 인질사건의 경우에도 경찰은 권총을 빼앗기고 항복하여 범인의 인질이 되었다. 그를 과연 경찰이라고 할 수 있고, 국민이 그를 믿고 안심하고 살 수 있겠는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경찰의 사명이지만, 강력범인은 경찰이 보호하여야 할 국민이 아니라 진압과 체포의 대상이며 공공의 적이다. 그러므로 경찰은 우선 자신의 육체적 힘을 사용하여 범죄를 진압하고 범인을 체포하여야 하며, 그것만으로 불가능하면 무기를 사용하여야 한다. 범인이 경찰에 체포당하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 때문이 아니라 힘에서 눌리기 때문이라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필자가 판사 및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평소 느낀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는 사람이 너무 많고, 그 피해자가 대부분 경찰관이라는 점이다. 공무집행방해죄는 말 그대로 정당하게 업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을 폭행·협박하여 공무수행을 방해하는 범죄이다. 경찰은 필요할 경우 무력을 사용할 권한이 있음에도 공무집행방해죄의 피해자가 되는 것은 경찰이 범죄진압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기 때문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언론의 보도나 영화를 보면 미국경찰의 범인검거작전은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심하다 싶을 정도이다. 물론 미국의 경우는 개인이 총기를 소지할 수 있어 그만큼 범죄진압이 위험하다고는 하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강력범인은 대부분 흉기나 총기를 소지하고 있으므로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여야 한다.

 경찰이 소극적으로 된 데는 수사기관, 법원, 언론이나 국민의 의식에도 문제가 있다. 경찰이 반항하는 범인에게 총기를 사용하여 범인이 다치기라도 하면 과잉진압이니 과잉방위니 하여 경찰을 매도하고,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도 정당행위나 정당방위를 너무 엄격하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위 두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강력범죄에 좀더 능동적,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국민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고, 국민들의 경찰에 대한 시각도 달라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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