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소추 의결로 시끌벅적하던 지난 12일 울산시 중구 병영1동 병영삼일아파트 101동 309호.
 병영삼일아파트 주민자치위원회 이효상 위원장(39)이 손바닥으로 세차게 현관문을 두드리며 몇차례 고함치듯 사람을 부르자 안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굳게 닫힌 문은 한참이 지나서야 열렸다.
 나이보다 10년은 더 늙어 보인 신복강 할머니(61). 불편한 몸을 제대로 추스러지 못한채 조금전에 누워있던 거실 겸 방안에서 건축자재용 사각 나무막대기를 지팡이 대신 의지해 기다시피 몸을 움직이다 보니 문이 늦게 열린 것이다.
 24세 때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울산시 남구 용연동 바닷가로 시집간 후 남편과 사별하고, 30여년간 다섯남매를 혼자 몸으로 키워 온 할머니의 구구절절한 인생살이 얘기가 메마른 입술을 비집고 쉴새없이 튀어 나왔다. 힘든 가운데 정직하게 살아온 인생인 듯했지만 신 할머니의 노년은 더욱 어려워 보였다.
 사업을 하다 잔뜩 빚만 진 미혼의 막내 딸이 집을 나가 버린 요즘, 할머니는 조그마한 회사에 다니는 아들(27)과 단둘이 살고 있다. 아들이 벌어오는 돈도 빚 갚는데 거의 다 들어가 병원치료는 고사하고 끼니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아들이 출근하고 나면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할머니는 하루내내 이불 위에 혼자 누워 지낸다.
 "사고를 당해 두다리를 거의 못써. 계단에서 미끄러졌는데, 이제는 이 막대기가 없으면 꼼짝도 못하는 신세여. 병원에 갔는데 수술비가 300만원이나 든데. 동생한테 빌린 250만원도 갚지 못했는데 어디 빌릴 곳도 없고 해서 그냥 몇년을 이렇게 지내고 있어."
 야윈 다리는 무릎 부위에서 심하게 휘어져 있었다. 취재진과 동행했던 이 아파트 주민자치위 이효상(39) 위원장은 "병원 치료를 받던 몇년 전에 300만원이고, 이제는 병원 수술비가 더 뛰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난히 빈곤층이 많은 울산시 중구 병영1동. 이 동네에서도 병영삼일아파트는 전체 주민(888가구) 중 절반가량이 국민기초생활수급자(200여가구) 내지는 차상위계층(200여가구)이다.
 정부의 사회안전망 보호를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보다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의 살림살이가 더욱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아파트이다.
 이효상 주민자치위원장은 "임대료(12여만원)는 고사하고 한달 8만원 정도하는 관리비를 15개월이나 못 낸 사람들이 지난달에는 200가구를 훌쩍 뛰어 넘었다. 그리고 현재는 아파트 입주때 냈던 임대보증금(976만원)을 다 까먹고 울산시로부터 "겨날 처지에 놓인 직권해지통보 대상자도 30여가구나 된다"고 말했다. 박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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