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울산에 사는 이유? 내가 살고 싶은 울산은?

▲ 이효석 장어덮밥집 사장.

울산의 30대 청년들은 일자리부터 결혼, 출산, 육아, 내집마련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기존의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3대 주력업종의 발전으로 호황기를 누렸던 울산도 세계적인 경기불황에 따른 주력산업의 침체로 청년들에게 안정된 일자리와 미래를 보장해주던 시절은 지나갔다.

현재 울산을 대표하는 수식어인 ‘산업수도’가 기성세대인 베이비부머들이 이룩한 성과라면, 앞으로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울산청년들은 새로운 울산의 모습을 꿈꾸고 있다.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며 미래의 울산을 만들어가는 30대 청년들이 생각하는 지금의 울산은 어떤 도시인지, 그리고 앞으로 이들이 살고 싶은 울산은 어떤 모습일까? 본보가 올해 창간 32주년을 맞아 울산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본문의 내용은 참가자들이 메신저를 통해 대화한 내용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참가자들
 김민경(36) 싱어송라이터(문화예술인)
 이효석(35) 장어덮밥집 사장(소상공인)
 정확석(36) 울주군 공무원
 최 진(31) 소프트웨어업체 대표(청년창업가)

-울산에 정착한 혹은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김 “문화 불모지 블루오션으로 느껴”
이 “결혼 앞두고 와이프 고향에 정착”
최 “산업도시, 사업확장성 높게 판단”
정 “지방직 공무원 합격하며 머물러”

김민경 : 태어나서 지금까지 울산에서 36년을 살았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면서 문화예술의 불모지라는 울산이 오히려 나에게는 가능성이 더 많은 블루오션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울산을 너무 사랑하고, 앞으로의 발전을 누구보다 원하기에 싱어송라이터이자 문화거점 공간의 대표, 기획자 등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울산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다.

▲ 최진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체 대표.
▲ 최진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체 대표.

이효석 : 울산에 정착한지는 정확히 15개월 밖에 안됐다. 서울과 원래 고향인 경남 함양에서 식당을 운영하다가 지금의 와이프를 소개받았다. 아내는 울산 토박이였고, 결혼을 앞두고 정착할 곳을 정해야했다. 함양은 읍 단위의 작은 지역이라 신혼생활을 하며 사업을 확장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해서 광역시인 울산 달동에 가게를 오픈하게 됐다.

최진 : 울산이 고향이라 자동차와 조선업 등의 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주변인들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그 환경 속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 관심이 생겼고 지금의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특히 울산은 3대 주력산업의 발전으로 빠르게 성장한 전통적인 산업도시라 사업의 확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정확석 : 울산에 정착한 가장 큰 이유는 직장 때문이다. 20대 대학시절은 서울에서 보냈고, 타지에서 잠깐 방황하다가 2016년 울산 지방직 공무원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울산에서의 공직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아직까지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정확석 울주군 공무원.
▲ 정확석 울주군 공무원.

- 자신의 직업군과 관련해 울산이 가진 장점은?
이 “다양한 나라 음식 시도하기 적합”
최 “업무특성 관련 빠른 피드백 좋아”
정 “산업·자연 등 다양한 업무 경험”

이: 음식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울산사람들의 식문화를 들여다보니 다른 도시에 비해 음식문화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다. 가까운 부산과 대구만 해도 다양한 나라의 식문화를 즐길 수 있는 맛집들이 많은데 울산은 그런 점에서 부족했다. 태국이나 베트남, 일본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시도할 수 있고, 경쟁상대 혹은 비교군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진출이 유리하다는 장점이 된다.

최 : 현재 제조업 근로자에 최적화된 인사솔루션 소프트웨어를 개발중이다. 울산은 주 52시간 근무제 등 근로환경과 생산현장에서 근로자의 근무형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 등 제조업 환경과 연관된 업무를 하는 경우에도 생산현장의 업무특성에 대해 빠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메리트다.

정 : 1년 넘게 울주군청 홍보팀에서 일하면서 느낀점은 울산 공무원들이 할 수 있는 업무가 참 다양하다는 것이다. 산업수도로서의 울산, 동해를 접하고 영남알프스가 감싸고 있는 울산 등 울산이 가진 자원이 다양하다. 이런 산업과 지리적 특성이 반영된 업무는 울산 공무원만이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자 장점이다.

▲ 김민경 싱어송라이터
▲ 김민경 싱어송라이터

- 울산이 가진 한계점은?
최 “지속적인 인구감소 안타까워”
정 “부족한 의료인프라 해법 시급”
김 “전문화된 예술인 구하기 어려워”

최 : 울산의 지속적인 인구감소가 문제라고 느껴진다. 내국인 뿐만 아니라 지난 2015년 조선 등 전통산업의 강세로 울산의 외국인 인구가 2만6000여명으로 늘어난 이후 추가로 외국인을 유입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졌다. 지속적으로 울산의 인구가 감소한다면 좋은 사업 아이템이 있어도 울산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제한될 것이다.

정 : 부족한 의료인프라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아내의 출산을 앞두고 남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상급병원으로 갈 것을 권유받았다. 당시 집에서 울산대학교병원까지 가는 시간이 양산부산대학교병원으로 가는 것보다 오래 걸렸다. 다행히 결과가 좋아 양산에서 검사만 받고 기존 남구 산부인과에서 출산을 할 수 있었지만, 울산에도 시민들 가까운 곳에 상급병원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울산에 상급병원이 추가로 설립되길 바란다.

김 : 울산에서 문화예술인은 문화 인프라의 한계로 인해 1인 다역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퀄리티 높은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보다 세분화된 연출진과 출연진이 필요하다. 하지만 울산에서 문화예술업에 종사하는 인원이 적다보니 전문화된 인력을 구하는 것이 제한된다. 예술가로써 기획, 연출 분야까지 활동을 하면서 전문화된 시스템 구축에 한계점이 있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앞으로 내가 살고 싶은 울산은?
김 “문화 소외지역 활발해지길 기대”
최 “자연환경 활용 관광산업에 집중”
이 “교육·복지·문화 등 풍부한 혜택”
정 “공연이 일상되는 문화관광도시”

김 : 최근 울산의 여러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했다. 청년문화예술인들이 노령화된 문화 소외지역에서 세대 간의 연결고리를 이어주고, 문화사업들이 지역 곳곳에 뿌리내려 좋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사업들이 남구와 중구 뿐만 아니라 북구, 울주군 등 농어촌 문화 소외지역에서도 보다 활발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최 : 일자리 등의 문제로 인구 순유출이 많아진 울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출산율 증가 및 외국인 유입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적 우대가 많아지길 바란다. 또한 울산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활용해 관광산업에 집중한다면 좀더 역동적인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 이제 결혼을 갓 한 신혼부부로서 울산이 아이를 낳고 살아가기 좋은 도시가 되길 바란다. 출산 및 육아를 장려하는 정책과 지원을 적극적으로 펼쳐 타 지역의 신혼부부들을 울산으로 자연스럽게 유입시키고, 이를 통해 울산시민들이 누리는 교육, 복지, 문화 등의 혜택이 풍부해졌으면 한다.

정 : 풍성한 문화의 도시가 되길 바란다. 울산은 흔히 ‘노잼도시’라고 불릴 만큼 즐길거리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울산의 주요 관광지에서 펼쳐지는 문화 콘텐츠를 늘려 소규모 공연이 일상이 되는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나면 좋겠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더불어 즐길거리가 풍부한 문화관광도시 울산으로 변모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여유롭고 활기 넘치는 울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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