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아이디어·AI·빅데이터 등
보이지 않는 것들이 세상을 좌우
과거 고집말고 변화를 받아들여야

▲ 강학봉 울산사랑의열매 사무처장

스마트폰이 불러온 세상이 자고 나면 변해 있다 할 만큼 빠르고 획기적이다. 스마트폰의 활용은 일상이 된 지 한참이고, 지나치게 스마트폰을 가까이하는 아이들을 질책하던 나도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폰을 들여다보는 게 습관이 됐다.

세상이 크게 달라진 것은 가정에 컴퓨터가 필수품으로 들어서면서부터라 할 수 있는데, 유사 이래 복잡한 걸 싫어하면서 편리를 지향하는 인간의 욕심은 멈추는 법이 없다. 사람들은 자리를 차지하는 커다란 컴퓨터의 몸체와 거기에 따른 복잡한 선들에 신경이 갔다. 슬슬 슬림하고 선이 없는 컴퓨터나 노트북으로 갈아타나 싶더니 곧 스마트폰 시대가 와 버렸다. 우리 집만 해도 집 전화가 사라졌고 두 대나 있던 컴퓨터가 노트북으로 바뀌었고, 나에게선 뒷주머니를 불룩하게 만들던 지갑이 사라졌다. 인터넷에 서툰 우리 세대도 일부 업무와 은행 일, 쇼핑까지 스마트폰으로 하는 게 예사가 됐다.

세상 경제를 흔드는 업계들 또한 눈에 보이는 세상보다 눈에 보이지 않은 세상에 신경이 가 있다. 생산품의 가격을 생산자가 결정하던 시대를 지나 유통업자나 대형마트가 가격결정의 키를 갖는가 싶더니, 온라인 시장거래가 대세인 요즘은 대형 쇼핑 플랫폼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 등은 전자 상거래(이커머스)의 절대강자로 군림하여왔다. 결코 무너뜨릴 수 없을 것 같던 이들의 아성을 창립한 지 6년에 불과한 온라인 쇼핑몰 ‘판둬둬’가 흔들고 있다. 미국의 ‘아마존’도 ‘쇼피파이(shopify)’라는 생소한 쇼핑몰에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시즌 ‘쇼피파이’ 이용 업체들의 매출이 같은 기간 ‘아마존’에 입점한 업체들의 매출을 넘어서는 기록이 나온 것이다.

‘판둬둬’는 상품기획을 인공지능이 대신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상품을 추천한다. 모바일 앱에 과수원 게임을 탑재해 고객이 로그인, 공동구매 링크 공유, 친구 초대 등으로 나무를 다 키우면 진짜 과일박스를 보내주는 아이디어를 접목해 이용자를 끌어들였다 한다. 반면 ‘쇼피파이’는 ‘아마존’의 초저가정책과 30%에 이르는 입점 수수료 압박에 불만이 많은 점에 착안해 매달 29달러만 내면 쇼핑몰 개설부터 마케팅, 주문처리, 결재를 지원해주는 방식을 취했다.

국내의 소비시장에서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40~50% 정도라 한다. 아직도 절반 이상이 온라인으로 전환될 시장이 남았고, 세계 시장은 80% 이상으로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오프라인의 절대강자라고 자처하는 ‘신세계’와 ‘롯데’ 등이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온라인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에 맞춰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커머스는 물론 호응도가 높은 쇼핑몰을 매개로 결재, 페이, 콘텐츠 등 영역을 확장하며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블루오션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AI,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같은 첨단 정보 통신 기술 등이 어떻게 융합하느냐에 따라 성장할 가능성은 무한하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왕좌는 불안하다.

보이지 않은 세상이 보이는 세상을 흔들고 있다. ‘안전하면서 빠르고 간편하게’를 추구하며 카카오와 네이버는 ‘개인화 서비스’를 경쟁하듯 제공한다. 변화하는 세상과 동승하는 것이 순리이나 다소 불편함이 따른다. 젊은이도 별스럽고 세상도 별스러워 어지럽다는, 인터넷을 모르는 구순 노모의 말에 이해가 가는 요즘이다.

세상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며 변화한다. 코로나의 전과 후로 한 시대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는 예측은 너나 없이 하는 바다. 그 변화를 감지하고 따라갈 수나 있을지 느린 머리가 좀 걱정이다. 하지만 세상 영원한 것은 없고, 변하는 건 당연지사라…. 몸에 밴 과거를 고집하는 건 어리석은 일,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하는 요즘이다.

강학봉 울산사랑의열매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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