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이제 코앞에 다가온 느낌이다. 거리는 새로 입힌 보도블럭으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밤이면 로타리에 휘황찬란한 조명등이 번쩍인다. 문수축구장 주위엔 울산서 경기를 갖는 나라들의 국기가 펄럭인지 오래다. 온 도시가 월드컵 성공개최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요란스럽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축제인 만큼 완벽한 준비로 국위선양은 물론 울산의 이미지를 만방에 떨침은 당연하다. 하지만 큰 행사를 치르다 보면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어 자칫 본질을 간과할 수도 있다. 내실을 기하는데도 혹 소홀함이 없는지 몇번이고 곱씹어 봐야 한다.

 유네스코와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한·일 월드컵 축제의 주제를 "아동"으로 정해 놓고 있다. 그동안 월드컵을 대비해 환경개선과 질서지키 등 선진시민의식 함양에 대해서는 누누이 홍보하고 강조해 왔지만 진작 축제의 주제인 "아동"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방관한듯해 아쉽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이 적지 않다. 안전대책도 허술하며 아동학대 또한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뉴스를 통해 아동학대에 대한 끔찍한 사건이나 사례가 전달되는 순간에는 충격적인 반응을 보이다가도 금새 잊혀지거나 사회적 무관심속에 방치되고 만다.

 올들어 한국어린이보호재단에 접수된 아동학대 유형을 보면 "신체적" 학대는 감소한 반면 "방임"형 학대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의 경우 절반이상을 차지하던 체벌 등 신체적 학대는 2순위로 밀려나고 장기간 굶기거나 학교에 보내지 않고 방치하는 등의 "방임"형 학대가 3배이상 증가하면서 방법도 다양해졌다고 한다. 게다가 이러한 아동학대의 80%가량이 친부모에 의해서 이루어 지고 있다니 평범한 부모들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비록 "내 자식 내맘대로 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가진 일부 부모에 의해 조장된다고는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어 심각성이 더하다.

 방어능력이 없는 피해 아동들은 대부분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이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참혹할 정도의 심적 고통에 시달린다고 한다. 결국 원만한 인격형성이 어려워져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다. 특히 어릴때 학대받은 아동은 성인이 되어 가정폭력의 주범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집안문제"로 치부해 숨길게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확대해 무게있게 다루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학대아동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접수에 의한 수동적인 수치가 아닌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실태파악에 나서야 한다. 법과 제도개선은 여기에 기초해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아동과 노인 등 취약집단의 인권보호와 관련해 실태조사를 통해 개선방안을 개발하는 한편 관련기관이나 단체에 권고하고 시민캠페인을 전개할 것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권기반이 미비한 현실에서 인권침해를 제대로 적발하고 개선되길 바란다는 것은 아직 성급하다는 느낌이다. 따라서 사전예방활동을 강화해 범시민적인 관심을 유도하는 방안이 어쩌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최근 한국이웃사랑회 울산지역복지센터가 시범교육을 보인 아동학대예방프로그램(CES)이 그래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어른들의 학대로 상처받은 5~7세 아동들에게 자신들이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알게 하고 학대상황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는 것은 능동적인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어린이보호재단 울산지부 아동학대예방센터도 꾸준한 캠페인을 통해 어른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상담과 보호는 물론 치료에 대한 활동과 교육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어 기대되는 바가 크다.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요 "희망"이다. 이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사회의 올바른 변화와 성장을 보장하기에 이들의 생활을 지켜주는 일 또한 우리가 해야할 주요 의무중에 하나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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