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가득한 모스크바 골든링
여행자들에게 시간여행의 의미 줘
암각화 빠른 등재로 널리 알리고파

▲ 성인수 울산도시공사 사장

유네스코세계유산(WHC)은 현재 1121개다. 문화유산 869개, 자연유산 213개, 혼합유산 39개, 위험에 처한 유산 53개다. 필자는 628개 문화유산이던 2005년 2학기 ‘세계문화유산’ 인터넷 강의를 개설했다. 세계문화유산들이 거의 역사적 건축물이라 건축 전공자로서 새삼 관심을 가졌던 결과다. 14주로 나누어 강의했다.

1994년, 2004년 연구년에 미국 동부와 서부에서 보냈는데, 2014년은 울산에 머물며 154일간 세계일주를 했다. 세계일주 비행기표(RTW)는 시간의 여유, 체력과 돈이 약간 필요해 구매자가 많지 않다. 세계일주는 부부가 처음 가는 도시와 아내만 못 가본 도시를 합해 답사하기로 했다.

인천-장춘(백두산)-우루무치-노보시비르스크(톰스크)-모스크바(상페테르부르그)-이스탄불-부큐레시티-프라하-마드리드-상파울로-부에노스아이레스(산티아고)-리마-(우유니)-LA-(쿠바)-하와이-인천으로 서쪽 방향 일주였다. 다양한 나라를 다니다 보면 각국의 세계문화유산을 자주 만나게 된다.

러시아의 유네스코유산은 상페테르부르그 역사센터 등 18개 문화유산과 11개소 자연유산이 있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낮과 밤을 구경하며 며칠을 보냈다. 굼백화점 앞에서 성바실리 성당을 바라보다가 모스크바 근교 역사도시, 골든링 ‘황금고리’(졸라토이 콜쵸)를 돌아보기로 했다. 모스크바의 골든링은 우리나라의 경주에 비견된다. 시계반대방향으로 블라디미르-수즈달-이바노보-코스트로마-야로슬라블-로스토프-페레슬라블 잘레스키-세르기예프 포사드-모스크바로 돌아온다. 시외버스로 180㎞ 블라디미르로 가서, 40㎞ 수즈달까지 택시로, 다시 버스로 돌아왔다. 터미널만 잠시 북적였을 뿐 한산했다.

황금고리에는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전과 붉은광장’(1990년 등재), ‘블라디미르와 수즈달의 백색기념물군’(1992년), ‘세르기예프 포사드의 트로이체 세르기예프 수도원 고고유적’(1993년), ‘야로슬라블 역사지구’(2005년) 등이 세계유산에 등재돼 있다. 그들에겐 정신적 고향이고, 여행자들에겐 중세 러시아를 찾아가는 시간여행이 된다. 러시아제국의 꿈은 성, 교회, 궁전 등 ‘제3의 로마’를 위한 혁신적 과정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마다 크렘린, 정교회 성당, 수도원과 성화(聖畵)들이 잘 보존돼 있었다. 모스크바 크렘린 궁전, 바실리 대성당, 붉은광장은 13세기부터 러시아의 중요한 무대였다. 수즈달과 세르기예프의 성모승천성당은 종교적 상징이다.

수즈달 시외버스정류장에 기념품 보러 일찍 갔더니 우리 시골 간이역 보다 작고 상점도 없다. 얼굴 보이지 않는 매표 아가씨는 완장 찬 힘에 여권, 비자를 보잔다. 한국이 비자면제국임을 설명했다. 매표원 덕에 남은 시간 지루하지 않았다. 왜 냉전기에 러시아를 어렵게 생각했지? 역시 사람 사는 동네인데.

우리나라 13개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중 하나인 ‘대곡천암각화군’(2010년)을 우리나라 유네스코 13개 문화유산, 1개 자연유산 목록에 추가시켜야 한다.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을 말이다. 2개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지닌 북한도 잠정목록 5개(2000년)가 있다. 남북을 하나의 권역으로 소개할 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홈페이지를 보며 내용을 요약, 번역하고, 교안을 제작하여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인터넷 강의를 하던 때가 아련하다. 코로나19로 외국 여행이 어렵지만, 백신여권을 소지하고 기억을 반추하며 러시아 ‘졸라토이 콜쵸’로 떠나 세계유산을 만나보자. 우리 유산도 소개하면서.

성인수 울산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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