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훈 UNIST 총장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 엑상프로방스. 약 1000개의 분수를 가진 이곳은 ‘물의 도시’라고 불린다. 또 다른 이름은 ‘폴 세잔의 도시’다. 인상주의 화가 세잔의 생가와 아틀리에는 이 도시를 매력적인 관광지로 만들었다. 하지만 인구 14만의 이 작은 도시가 세계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수려한 자연이나 문화가 아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40㎞ 떨어진 시골마을, 카다라슈에 건설 중인 ‘ITER(국제핵융합실험로)’에 그 비밀이 있다.

ITER은 궁극의 친환경에너지 ‘핵융합’ 실현을 향한 인류 최대의 과학 프로젝트다. 지구상에 인공태양을 구현하겠다는 담대한 목표를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7개국이 약 20조원을 투자한다. 지난 2005년부터 ITER 건설이 시작되면서 엑상프로방스의 모습은 크게 변했다. 대표적 ITER 위성도시인 엑상프로방스에 전 세계의 젊은 과학자들이 모여들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첨단과학기술의 메카로 성장하고 있다.

세상에 없던 꿈을 실현해가는 도시는 매력적이다. UNIST가 그려온 ‘친환경-스마트-과학문화도시’를 최근 신규 공공택지로 지정된 울산선바위지구에서 실현한다면 울산도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아니라 과학과 문화가 공존하는 스마트시티, ‘선바위과학문화지구’로 만든다면 세상에 없던 매력적인 도시 조성은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울산은 이미 세상 그 어느 곳보다 깨끗하고, 편리하면서 창의적인 삶을 영위하는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첫째, 친환경 에너지 자족도시 모델이다. 자체적으로 생산한 에너지로 도시가 필요로 하는 전력수요를 충족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 폐기물과 오염물 배출을 관리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원활한 전기 및 수소 활용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탄소를 비롯한 폐기물은 유용한 물질로 재생산해야 한다. UNIST의 친환경에너지, 환경공학 분야 연구역량은 이런 꿈을 현실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제로에너지빌딩’을 세우면 문제는 좀 더 쉬워진다. 2012년 준공된 미국 시애틀의 불릿센터가 좋은 예다. 이곳은 빌딩 상부를 덮은 575개의 태양광 패널로 매년 건물사용량 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화장실은 최소한의 물만을 활용하며, 이 또한 빗물로 충당한다. 배설물은 모아서 퇴비로 만들 수 있는 시설도 갖추고 있다.

둘째, 주민의 일상까지 책임지는 스마트 시티다. 주민들의 생활 속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안전과 편의는 물론 건강관리까지 도와주어야 미래지향적 도시가 된다.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활용한 편안한 이동이 보장되고, 로봇과 디지털 서비스가 일상의 부족함도 채워준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측정된 데이터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해 건강한 삶을 보장한다. 울산 만명 게놈프로젝트로 확보한 인프라와 연구진, 최근 출범한 산재특화 스마트 헬스케어연구센터, 오는 2025년 설립될 산재전문공공병원은 스마트헬스케어시티의 든든한 기반이다. 물론 미래차연구소의 역할도 크다. 자율주행차와 개인형비행체는 미래도시의 필수조건이다.

셋째, 젊은이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과학문화도시다. 아파트로 가득한 기존의 신도시들과는 다르게 세련된 문화와 여유가 가득한, 미래지향적 도시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이 아닌 지방으로서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경쟁력으로 얼마든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과학과 기술이 결합하면 젊은층의 유입도 어렵지 않다.

UNIST가 꿈꾸는 ‘선바위과학문화지구’는 지금껏 세상에 없던 도시다. 과학과 문화가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런 선바위에 매력을 느끼고 젊은이들이 찾아온다면, 첨단기술을 이야기하고 더 나은 내일을 도모하는 기회들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미래도시, 누구나 따라하고 싶은 모델타운을 꿈꾼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다. 그러나 가야할 길이기도 하다.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곳, 살아보기를 꿈꾸는 곳으로 변화해나갈 선바위의 미래에 UNIST가 함께 하고자 한다.

이용훈 UNIST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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