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돌아본 훼손과정과 보존방안들
(하·1) 2021년 울산시의 해법­사연댐 수문설치 중심으로
유네스코 ‘잠정목록’ 등록 11년만에
세계유산 ‘우선등재’ 대상에 선정
등재신청 후보·등재신청 대상 선정
두단계 남아…2025년 7월 등재 목표
시, 사연댐 수문 설치 타당성 용역
연말 최종보고회·실시설계 등 거쳐
2023~2024년 수문설치 공사 본격화

▲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울산을 방문해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울산시의 수문설치안을 보고받고 있다. 지난 6월3일 사연댐. 김동수기자

반구대암각화 발견 50주년이 된 올해 상반기 희소식이 잇달아 전해졌다. 지난 2월16일 문화재청이 울산 대곡천 암각화군을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Petroglyphs in the Bangudae Valley)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 대상에 선정했다. 이어 4월28일에는 또다시 이 일대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했다.

이는 지난 20년간 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제안하고 실험과정을 거쳐 최선안을 만들어 온 지난한 과정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도출된 가장 최근의 보존방안은 해마다 물에 잠기는 암각화를 물밖으로 건져올리기 위해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는 방안이다.

민선7기 이후 급물살을 탄 수문설치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했다. 문화재청이 요구하는 사연댐 수위를 52m 이하로 유지하는 수위조절안과 다르지 않다는 해석이었고, 울산시가 스스로 울산의 맑은물 식수를 포기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상찬 시 문화체육국장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 국장은 “시는 현재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수문설치안’과 울산식수를 위한 ‘맑은물확보방안’을 동시에 풀어가고 있다. 이 입장은 한번도 바뀐적이 없다. 고도의 전문기술이 필요한 작업인데다 정부와 각 지자체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제대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는데 어려움이 많아서 빚어진 오해”라는 것이다.

울산시의 사연댐 수문설치는 자연방류기능만 있는 현재의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을 달아서 사연댐 수위를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는 마지노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 선정 이후 송철호 시장이 직접 관련 소식을 브리핑했다. 지난 2월17일 반구대암각화 전망대.  김경우기자
▲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 선정 이후 송철호 시장이 직접 관련 소식을 브리핑했다. 지난 2월17일 반구대암각화 전망대. 김경우기자

수문설치가 화두로 떠오른 뒤 세부적인 방법론에서 각론이 쏟아졌다.

수문을 현재의 여수로 높이인 60m로 할 경우 사연댐의 홍수조절 기능은 유지되지만 암각화의 잠수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수문은 52m 정도에 설치하는게 맞다는 것이다. 47m에서 52m 사이의 어느 지점에 여러 기의 수문을 만든다면, 대곡천 상류에서 아무리 많은 물이 쏟아져도 암각화의 잠수 시간을 일년에 만 24시간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수문 높이를 아예 지하에 두자는 의견도 있다. 이는 사연댐 준설안과 연결된다. 수문을 통해 댐 속 퇴적물이 하천으로 흘러들기 때문에 준설작업으로 대비하자는 의견이다. 준설을 하게되면, 사연댐에 더 많은 물을 가둘수 있기에 홍수조절에도 유리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시는 지난달 말 ‘사연댐(여수로) 수문설치 타당성 조사용역’에 착수했다. 용역은 그 동안 제기된 각종 의문과 제언들을 모두 정리해 비교하고 검토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수문을 설치할 때 수문의 형태를 조절형으로 할 것인지, 비조절형으로 할 것인지부터 수문의 바닥 높이를 과연 몇m 높이에 둘 것인가도 과업에 들어간다. 수문의 갯수도 마찬가지다. 2개, 3개, 혹은 4개의 수문을 설치한다면 각 사례별 유량이나 효과를 점검하고, 갯수 대비 개별 수문의 가로세로 크기는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도 비교한다.

▲ 반구대 발견 50주년인 올해 대곡천 일원이 세계유산 우선등재 대상으로, 명승으로 잇달아 지정됐다. 사진은 지난 2019년 9월 열린 울산시·문화재청·울주군 간 반구대암각화보존 및 세계유산등재를 위한 업무협약식.
▲ 반구대 발견 50주년인 올해 대곡천 일원이 세계유산 우선등재 대상으로, 명승으로 잇달아 지정됐다. 사진은 지난 2019년 9월 열린 울산시·문화재청·울주군 간 반구대암각화보존 및 세계유산등재를 위한 업무협약식.

만약 수문을 설치할 경우 태화강이 범람하여 과거의 어느 해 태풍처럼 하류 하천에 홍수 피해 우려도 있는데, 이번 용역은 폭우로 인한 혹시 모를 재해를 지난 100년 간의 기준치에 맞추고 그에 따른 하류 하천의 영향을 분석하게 된다.

기타 시설로는 사연댐 상위의 대곡댐에서 곧바로 천상정수장까지 취수관을 연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 모든 구조물과 사례를 종합하는 동시에 개별 사업비를 산정하여 예산대비 최선안이 무엇인가를 가려내는 과정이다.

용역작업은 오는 9월 중간보고회를 거쳐 올 연말께 최종보고회를, 이후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내년 2월 완료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이후에는 기본 및 실시설계를 거쳐 2023~2024년 수문설치 공사가 진행된다.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등재 목표 시한을 2025년 7월로 잡고 있으니, 그 전에 울산시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이같이 노력했고 실제로 어떤 효과를 냈는지 보여줄 수 있다는 복안이다.

한편 사연댐의 수문설치는 그 동안 사연댐이 충당하던 하루 물 공급량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기후변화 또는 생활패턴에 따라 오차가 있을 수 있겠으나 하루 약 2~3만t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의 식수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지점이다. 울산시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과 함께 추진하는 울산 맑은물 확보 및 통합물관리사업은 다음 회차에 소개한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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