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한국생활 24년차 허미씨
고등학교 교사인 남편 만나 한국에 귀화
현재 초등학교 방과후 영어강사로 일해
남부경찰서 통역 등 다양한 봉사활동도
2010년께 필리핀근로자협회 설립·지원
첫 한국생활 외국인 차별로 고생했지만
이민자·다문화 지원 늘수록 애착도 커져

▲ 필리핀 출신의 허미(48)씨는 1997년 한국에 정착해 올해로 한국생활 24년차에 접어들었다. 지난 11일 허미씨가 한국과 울산에서의 생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필리핀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한 허미(48)씨는 지난 1997년 한국에 정착해 올해로 한국생활 24년차에 접어들었다. 필리핀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던 그는 고등학교 교사였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 후 낯선 한국 땅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울산에서만 24년간 생활한 그는 스스로를 ‘울산 토박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울산에 대한 강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허씨는 현재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으면서 남부경찰서에서 통역 등 필리핀인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특히 지난 2010년께 필리핀근로자협회 설립을 주도해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등 고국 근로자들의 한국 적응을 돕고 있다. 협회는 주한 필리핀대사관에 공식단체로 등록돼 현재 울산·경남권 필리핀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허씨는 “울산에 있는 필리핀 근로자와 결혼이민자들의 수가 대략 2000여명이 넘는다. 그중에서 한국어가 서툴러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다”며 “알고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자원봉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또한 처음 한국생활을 시작할 당시 외국인에 대한 차별로 많은 고생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결혼이민여성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지원도 늘어나고, 한국과 울산에 대한 애착이 커졌다고 한다.

허씨는 “1990년대에는 차별이 너무 심했다. 집에 애기를 봐주러 오는 아줌마부터 택시기사까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안좋은 말을 많이 들었다. 한국에 오고 처음 3년이 너무 힘들어 그냥 필리핀으로 돌아갈까 생각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성격이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맞서 싸우면서 한국어가 점차 늘게 됐고,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울산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 그는 10년 뒤 안동에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가족들은 안동에서 같이 살자고 하지만, 안동에 가면 내가 할수 있는 일도 제한될 뿐더러 아직 울산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남아있다”며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필리핀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들로부터 고맙다는 연락을 받으면 큰 보람을 느낀다. 힘닿는 때까지 울산과 필리핀 사람들을 이어주고,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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