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들의 고독사 예방 위해
울산 중구 ‘스마트 플러그’ 호응
쓸쓸한 죽음 없도록 서로 도와야

▲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기척이 없어 이웃이 들여다보니 돌아가신지 꽤 된 노인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회복지사가 가족을 수소문하며 유품을 정리하고 무연고자의 장례를 치르고 시신을 화장했다.’

이러한 보도를 자주 접해왔다. 1인가구가 크게 늘었고 고독사의 절대다수는 노인이다. 통계치를 보지 않아도 무료 급식소에 길게 줄을 선 노인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유품정리사의 사연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move to heaven’에서 고인이 남긴 가족사진, 잔고가 없는 통장, 텅 빈 냉장고, 오래 누워 있었던 자리를 보았다. 우리 인간의 마지막이 너무 초라해 안쓰럽다. 누가 보고 싶었고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을까? 가족이 찾아주지 않는 이의 마지막 순간을 감히 짐작해보면서 우리의 삶이 바람 앞에 등불이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아이를 학대하고 살해하는 등 최근에 늘어난 잔혹한 살인사건 보도를 보면서 우리 안에 자리 잡은 악(惡)을 생각한다. 인류사에서 작은 전쟁이라도 없었던 기간이 거의 없었으니 악은 득의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 같다. 악이 인간 세상에 던진 무기는 질병, 죽음, 탐욕, 이기심, 공격성 등이다. 악마가 불안해하는 것은 인간이 희생하고 봉사하며 타인과 연결되어 합일하는 것이다. 우리가 타인과 교감 후 충만해지고 일체감을 가지게 되는 것을 방해한다. 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이 자신들의 정체를 깨닫는 것이다. 바로 우리가 영적 체험을 하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이 된 체험을 하는 영적 존재라는 것 말이다.

신이 왜 악을 만들었냐는 제자의 질문에 현자(賢者) 스리 라마크리슈나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삶의 정수는 이 수없이 반복하는 추하고 아프고 아름다운 삶의 무대에서의 경험이다. 각자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무엇을 느끼고 통찰하여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인가.

우리가 영적인 신성한 존재라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니체의 표현처럼 인간은 행복함도 배워야 하는 짐승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하찮다고 착각하게 하고, 신성한 존재라는 것을 망각하게 만드는 악의 장치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악의 존재는 우리 삶이 영혼의 진화를 위한 신성한 경험이라는 깨달음을 어렵게 만든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 그러기에 삶을 후회하고 미워하며 고독한 심정으로 끝맺지 않게 서로 도와야 한다. 독자가 ‘귀신 씨나락 까먹는 말’이라 여기실 것 같다. 얼른 우리가 우리 자신을 도운 이야기를 하려 한다.

울산 중구청에서는 지역 최초로 고독사에 대한 해결책으로 독거어르신의 고독사 예방을 위한 ‘디지털 돌봄 스마트 플러그 지원 사업’을 올해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TV 등 가전제품 전원 플러그에 ‘스마트 플러그’를 연결한 뒤 집안의 조도와 전기 사용량의 변화가 설정된 시간 동안 발생하지 않으면 1대1로 매칭된 독거노인생활지원사에게 자동으로 위험 단계 문자를 전송하는 고독사 예방 사업이다. CCTV처럼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없어 어르신들이 거부감 없이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이 사업은 중구가 올해 1월 직원들이 매달 모은 성금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모받은 지역 복지사업 아이디어 39건 가운데 우수 아이디어로 선정된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이렇게 좋은 마음으로 열린 사업은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1100만원을 지원받아 울산 중구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가 추진하고 있다. 호응이 좋아서 사업이 확장되고 있다고 하니 참 좋은 일이다. 우리를 고귀하게 만드는 이러한 정책을 응원한다.

육신이 부패하고 구더기가 생긴다고 해서 우리 영혼이 경험한 삶의 정수가 훼손되지는 않는다. 자신만을 위해 살지 않고 연결된 삶을 살았던 사람은 남은 이들에 기억되고 회자하니 사라진 것이 아니다. 마지막이 불우했던 영혼들이 천국으로 잘 이사 갔기를 바란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