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용때 보호받기 위한 상표출원
성명·명칭 등에선 일부 효력 제한
유행어 등의 보호방안 고민해봐야

▲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누구든 어릴 적 별명 하나 정도는 있을 것이다. 킹콩, 대갈장군 등 어릴 적 친구들이 지어준 별명이라는 게 썩 마음에 드는 이는 없겠지만. 그 별명을 부르면 비록 이름이 아니지만 바로 자기를 부르는 것이라고 알아차리게 된다. 별명이 좀 더 정식화되고 모양을 갖추면 예명이나 필명이 된다. 연예인들의 경우 본명 대신에 예명을 쓰는 경우가 많다. 성까지 바꾸는 것에 의아해한 적도 있었는데, 최근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아예 그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지드래곤’ ‘개코’ ‘데프콘’ 등이 그 예이다. 나아가 특정의 연예인과 관련된 유행어도 그 연예인을 지칭하거나 상징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최근 세계 최고의 보이그룹인 BTS(방탄소년단)의 유행어 ‘보라해’가 곤경을 겪은 사건이 있었다. 신조어인 ‘보라해’(I purple you)는 BTS의 상징적인 말로서, BTS와 전 세계의 팬들인 ‘아미’들 사이에서는 ‘사랑한다’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보라해’는 BTS 멤버인 ‘뷔’가 지난 2016년 만든 것으로 무지개의 마지막 색이 보라색인 것에 착안해 ‘끝까지 서로 믿고 사랑하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한 네일 전문업체가 이를 선점하고자 상표등록출원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연예인과 팬 사이에 소중히 공유되는 이 표현의 선점 시도에 대해 팬들은 거센 반발을 했고, 결국 그 업체는 사과문과 함께 출원을 취하했다. BTS나 소녀시대 등 그룹 이름 자체를 타인이 출원했다가 문제가 된 경우는 많았지만, 이번처럼 특정 연예인과 관련된 유행어가 선점당해 이렇게 이슈가 된 경우는 처음인 듯하다.

반론도 있지만 ‘소속감과 친밀함’을 표현하는 이런 류의 유행어를 두고 심리학자, 문화 평론가 등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런 현상을 인정하고 보호의 필요성은 인정하는 듯하다. 필자도 언론에서 이에 대해 연예인 측이 상표등록을 해두어 보호받는 방법만이 최선이라는 인터뷰를 한 바 있는데, BTS 소속사인 (주)하이브는 이미 이번 달 4일 ‘보라해 BORAHAE’를 여러 상품류에 대해 폭넓게 상표등록출원해 둔 상태이다.

그러나 실제로 상표로 사용하는 경우에 그 출처표시를 보호받기 위해서 하는 것이 상표출원인데, 단지 방어용으로 여러 상품류에 상표권을 확보해 두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우리 법에는 일정 기간 상품의 상표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 상표등록을 취소시킬 수 있는 제도도 있다. 그러니 법 제도든 판례이든 보호의 필요성 있다면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이런 류의 문제는 인격적 이익 보호에 관한 것인데, 각종 법률에는 이를 보호하는 규정들이 많이 있다, 헌법, 민법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지식재산권법에 한정하더라도 저작권법에서 제3절에 저작인격권 규정을 두고 있으며, 상표법의 경우 대표적으로 제34조 제1항 제6호에 “저명한 타인의 성명·명칭 또는 상호·초상·서명·인장·아호(雅號)·예명(藝名)·필명(筆名) 또는 이들의 약칭을 포함하는 상표에 대해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 다만, 그 타인의 승낙을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여 인격적 이익 보호 규정을 두고 있으며, 제90조 제1항 제1호에서는 “자기의 성명·명칭 또는 상호·초상·서명·인장 또는 저명한 아호·예명·필명과 이들의 저명한 약칭을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하는 상표”에 대해서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성명·명칭 등이 아닌 새로운 형태로 표현되는 인격적 이익에 대해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소위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이 열심히 움직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접하고 필자는 세상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고, 보호받아야 할 대상들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법이나 제도로 해결할 수는 없으니, ‘마음’의 보호는 ‘배려’라는 또 다른 ‘마음’으로 많은 부분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이것저것 모두가 짜증날 수도 있는 요즘, 누구 하나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서로 애쓰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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