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사업이 모든 영역에서 대세
데이터를 가진 자가 모든 것을 장악
미래교육 헤게모니도 데이터에 좌우

▲ 남호수 동서대 교학부총장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촉발된 정보격차(digital divide)는 정보화시대를 관통하면서 통신 인프라 개선을 통해 지구촌 전체에 걸쳐 줄어들고 있다. 단지 정보에의 접근 관점에서만 본다면 이는 양적 격차(1차 정보격차)의 해소로 볼 수 있다. 정보격차의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되어온 경제적 수준과 교육수준 및 이와 연계된 정보 활용능력은 여전히 질적 정보격차(2차 정보격차)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동안 디지털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조금 불편함’의 감수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사회적 강약 자의 범주를 나누는 기준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점을 조금 바꾸어 보면 디지털화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는 디지털화의 설계자에게 축적이 되고, 사용자는 데이터의 생산과 제공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하거나 SNS를 사용하면서 은연중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런 데이터를 누가 가지게 되는가. 이 데이터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data divide)는 기존의 정보격차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최근 플랫폼 사업이 모든 영역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다. 과거 PC 시대를 주름잡았던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시스코, 델 등의 기업은 플랫폼 경쟁에서 뒤지는 바람에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으로 주도권을 내어주고 말았다. 다시 플랫폼을 조명해 보면 그 경쟁력이 데이터에서 나옴을 볼 수 있다. 개방된 플랫폼에서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연결되고 거래가 발생하게 되고, 이 모든 과정에서의 데이터는 시스템 설계자, 플랫폼 운영자에게 축적되는 것이다.

이제 빅데이터가 필요한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해 데이터를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가지게 되었다. 이른바 데이터 권력, 이는 가히 3차 정보격차의 산물이라 칭할 만하다. 이미 세상의 권력은 정보에서 데이터로 옮겨가고 있다.

빅토어 마이어 쉰베르거 교수가 그의 저서 <데이터 자본주의>에서 “우리 경제의 미래는 잉여적 정보를 얼마나 현명하게 이용하는지에 달려 있으며,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은 우리가 이러한 미래에 도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자 장소다”라고 말한 것은 미래의 데이터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데이터를 가공해 정보를 추출하고 정보의 체계적인 활용과 학습으로 지식의 창출과 비즈니스, 의사결정에의 활용 메커니즘은 모든 사회 선순환 구조의 정점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편, 데이터를 어떻게 정형화하는가의 문제에서 우리는 흔히 숫자, 문자 중심의 데이터에 먼저 주목한다. 물론 이런 데이터는 정형 데이터로 처리하기 용이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최근에는 음성, 영상, 가상현실 콘텐츠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도 빅데이터의 한 꼭지로써 중요하게 자릴 잡고 있다. 구글이 검색엔진으로 데이터를 집적하고 활용해 오늘날과 같은 인공지능의 선두기업이 된 것처럼 디지털 콘텐츠 빅데이터로부터 새로운 혁신과 성장의 모델이 드러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교육영역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교육과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원격수업에 대한 새로운 수업운영 방법이 대두된 가운데, 교육 콘텐츠와 원격수업 운영 데이터가 주목을 받고 있다. 두 갈래로 데이터의 중요성이 설명되는데 하나는 수업의 구성요소로서의 콘텐츠 데이터이다. 특히 가상현실 수업을 위해 필요한 입체 형상 데이터와 같은 다양한 콘텐츠 조각들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유형의 빅데이터는 수업 운영에서 발생하는 학생과의 상호작용 데이터이다. 이러한 데이터로부터 수요자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지능형 튜터링이 가능해진다. 미래 교육의 플랫폼에서 헤게모니는 다시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남호수 동서대 교학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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