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필리핀서 온 김미래씨
필리핀서 기자·라디오아나운서 활동하다
여행차 들른 한국에 반해 그대로 정착
서울살이 지쳐갈 즈음 동생 찾아 내려와
영어학원 운영하며 12년째 울산살이
다문화가족 봉사단체 다누리협의회 통해
지역주민들과 서로 도우며 화합 다지기도

▲ 지난 23일 온산읍에서 만난 김미래(47)씨가 자신의 울산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필리핀 출신의 김미래(47)씨는 울주군 온산읍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 올해로 한국 생활 22년째인 김씨는 서울에서 생활하다 12년 전인 2009년 울산에 정착했다. 필리핀에서는 기자와 라디오 아나운서로 활동하는 등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김씨는 현재 온산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마을에서 지역을 위해 다누리협의회 활동 등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김씨는 “한국에는 친구 소개로 여행을 왔다가 정착했다. 서울에서 이주여성센터에 오랜 기간 근무했고 출입국관리사무소와 법원 등에서 통번역 일도 했다”며 “울산에는 12년 전에 정착했다. 서울 생활에 많이 지쳤던 상황에서 친동생이 살고 있는 울산에 자리잡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9년 울산에 처음 왔을때 경상도 사람들 특유의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해 곤욕을 치렀다고 한다. 서울사람들과 다르게 감정 표현에 무뚝뚝한 경상도 사람들에게 적잖이 당황도 했다.

김씨는 “온산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처음에 울산 왔을 때 월급을 받지 못하거나 불이익 받는 사람들을 지나치지 못했다. 일하고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찾아가서 통역도 해주고 제대로 월급을 받게 도와줬다”며 “한국 사람들에게 어려울 때, 힘들 때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나니 이제는 내가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마을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씨는 현재 온산에서 활동중인 다문화가족·외국인근로자 지원·봉사단체인 다누리협의회의 필리핀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 사람들도 마스크가 없어 대란을 겪을 때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전달하기도 했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지급된 재난지원금 배부 때는 통역 일을 도맡아 했다.

김씨는 “온산에서는 주민들이 5~6년 전만 해도 거리에 다니는 외국인들을 무서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마을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다보니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주민들도 거리낌없이 우리를 마을의 일원으로 인정해준다. 최근에는 마을 전체 축제에 우리 다누리가 하나의 마을로 인정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씨는 “다문화·외국인들을 비교하고 차별하는 게 전혀 없을 수는 없다. 문화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다. 나라 간 문화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면서 “앞으로도 그동안 마을 주민들에게 받았던 것들을 지역사회를 위해 돌려주고 싶다. 마을에서 통역이 필요하면 어디든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