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폭염까지…재난도우미 취약계층 가정방문 현장 가보니

전기세 아까워 선풍기 생활
슬레이트 지붕 아래 ‘찜통’

코로나로 무료급식소 중단
주말이면 끼니 거르기 일쑤

시, 재난도우미 5천여명 투입
하루 10~20여가구 전화·방문

▲ 27일 울산 한울타리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사회복지사가 북구지역 재가노인 가정을 방문해 건강상태 등을 체크하고 있다.

27일 울산의 낮 최고기온은 31℃, 체감기온은 33℃까지 오르며 폭염이 기승을 부렸으나, 이날의 더위는 균등하게 적용되지 않았다. 에어컨 전기세조차 감당하기 힘든 울산지역 재가노인과 취약계층은 열악한 환경에서 누구보다 힘겨운 여름을 나고 있다.

이날 한울타리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담당자와 함께 찾은 북구 양정동의 한 다세대 주택. 지어진지 족히 30년은 넘었을 법한 오래된 주택의 6~7평 남짓한 단칸방은 기초수급자인 김모(여·68)씨가 생활하고 있다.

김씨의 방에 들어서자 예상치 못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취재진이 방문한다는 말에 특별히 틀어놓은 것으로 평소에는 선풍기만 사용한다고 한지현 사회복지사가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6월 초 다리수술을 받고 현재 거동이 불편하다. 타지에 사는 큰딸은 투병중이며, 아들은 코로나로 직장을 잃고 구직중이라 김씨를 돌보기가 여의치 않다. 김씨는 기초수급자로 정부에서 나오는 생계비로 생활중이며, 이날 한 복지사는 부식으로 과자와 김을 전달하고 김씨의 건강상태를 체크했다.

두번째로 방문한 주모(85)씨는 “집보다 밖이 더 시원하다”며 집 앞의 정자에서 복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씨의 집은 입구 한쪽에 잡동사니들이 어지럽게 쌓여있고, 한쪽 벽면에는 까맣게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올해 초 새로 도배를 했지만 최근에 비가 내린 탓에 지붕에서 물이 새면서 다시 곰팡이가 핀 것이다. 특히 슬레이트 지붕이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그대로 흡수해 집안의 온도가 야외보다 높게 느껴졌다. 주씨는 “지난해 돈을 모아 에어컨을 샀지만 전기세가 많이 나올까봐 밤에 잘때만 잠시 튼다”고 말했다.

또 주씨는 신종코로나 사태로 무료급식소가 운영되지 않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현재 노인복지관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도시락을 배달해주고 있지만, 도시락이 없는 주말에는 매끼니를 챙겨먹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울산시는 폭염에 따른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재난도우미를 활용한 안부전화 및 가정방문을 실시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울산지역 독거노인 및 취약계층은 총 4만7785명으로, 5242명의 재난도우미들이 담당하고 있다.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한 복지사의 경우 북구지역 50여명의 노인들을 담당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10~20여명의 노인들에게 안부전화 및 가정방문을 하고 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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