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울산은 도깨비와 귀신의 고장이다. 멀리 신라시대 역신을 노래한 처용가부터 시작하여 열강의 침략을 담배귀신으로 나타낸 담바귀타령, 천연기념물 제126호인 귀신고래회유해면, 태화강납량축제, 상북면 도깨비도로, 울산민족예술제 도깨비난장, 외래식물 울산도깨비바늘 등 도깨비 혹은 귀신을 표현하고 있는 문화가 많다.

최근 출간된 <한국야생버섯도감>(광문각)에는 100여종 이상의 새이름을 얻은 버섯들이 소개돼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뜻깊은 이름은 ‘울산도깨비광대버섯’이다. 광대버섯은 속 이름이므로 새로 얻은 이름은 ‘울산도깨비’이다.

울산도깨비광대버섯은 2006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울산에서 발견된 버섯이다. 그해 3월 울산생명의숲 야생버섯탐구회가 국내 첫 민간연구 모임을 시작하고 4~5개월쯤 지난 여름 울산 중구 태화동에서 이 버섯을 발견했다. 어린 유균의 모습이 마치 도깨비방망이를 연상시키는데다, 울산에서 찾아낸 것을 기념하고자 울산도깨비라고 명명했다. 일주일 이상 비 예보가 없어 뙤약볕에서 말라버리면 무슨 버섯인지 알아내기가 난감하다하여 회원들이 물을 날라가며 키웠던 기억이 새롭다.

울산도깨비광대버섯의 특징은 갓 지름이 15~30㎝ 대형으로 황갈색을 띠고 표면에는 갈색 사마귀모양의 큰 인편으로 덮여 있다. 주름살은 완전붙은형이고 백색이며 빽빽하다. 대는 갓과 같은 색을 띠며 매우 굵다. 턱받이는 주름살 부근에 막상으로 매우 길다. 기부는 곤봉형이며 성장하면서 큰 균열이 생긴다. 소독약 냄새가 강하게 나는 독버섯이다.

▲ 울산도깨비광대버섯.

도깨비·귀신의 고장에서 또 하나의 도깨비를 만들어 냈다는 성취감과 자부심을 우리 회원뿐 아니라 울산 시민 모두와 나누고 싶다. 21세기 문명 천지에 갑자기 도깨비처럼 나타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진짜 도깨비이다. 도깨비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도깨비방망이는 두려움이 아니라 기대와 선망, 희망의 대상이었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비나이다 비나이다. 이제 두려움과 고통은 그만 주고 도깨비방망이나 주고 가소.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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