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산 해운대 옛 철길 달리는 민간 투자 전기열차

▲ 해운대 미포정거장에 스카이캡슐이 줄지어 드나들고 있다.

울산의 철도교통망이 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KTX울산역 개통으로 고속철도 시대가 열렸고,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도시와 도시를 잇는 광역철도의 개통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동해남부선 일광~태화강역~포항 전체구간이 개통을 앞두고 있고, (가칭)송정역도 새로 문을 연다.

30여년간 진행돼 온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이 완료되면 효문역, 호계역, 덕하역 등 울산지역 폐역·폐선부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폐역·폐선부지는 울산 25㎞를 포함해 기장에서 경주까지 총 78.8㎞에 달한다.

울산은 물론 타 지자체도 이들 유휴부지 활용방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폐역·폐선부지를 관광자원화하는 등 지역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기업과 지자체 사례를 찾아 울산이 나아가야 할 방안을 짚어봤다.
 

▲ 부산 동해남부선 옛 철길에 조성된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이 해운대를 뒤로 하고 달리고 있다.
▲ 부산 동해남부선 옛 철길에 조성된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이 해운대를 뒤로 하고 달리고 있다.

◇해안 절경 달리는 해변열차·스카이캡슐

지난 9일 찾은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이곳은 해운대 미포~청사포~송정까지 이르는 4.8㎞ 구간의 동해남부선 옛 철도시설을 친환경적으로 재개발해 지난해 10월 개장했다.

미포~청사포~송정을 왕복 운행하는 ‘해운대 해변열차’와 해운대의 해안절경을 7~10m 공중에서 관람할 수 있는 스카이캡슐이 들어섰다. 스카이캡슐은 미포정거장에서 청사포까지 2㎞ 구간을 운행한다. 미포역에서 해변열차를 타면 달맞이터널과 청사포정거장을 지나 송정해수욕장까지 도착하는데 약 25분이 소요된다. 열차 내 모든 좌석은 바다 쪽 창가를 향하고 있어 어디에 앉던 동해 바다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해변열차의 정거장은 총 6곳으로 미포정거장, 달맞이터널,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구덕포, 구 송정역이다. 이중 주차장과 매표소를 갖춘 정거장은 미포와 청사포, 송정 등 세 곳이다. 열차는 국내 최초로 도입된 배터리 충전방식을 통해 친환경적으로 운행된다. 평균 주행속도는 시속 15㎞로 약 30~4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폐역이 된 옛 송정역은 1930년대 일제 강점기 기차역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민간사업자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문화재전문복원업체에 맡겨 복원했다. 건축사적·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돼 지난 2006년 부산 간이역으로는 처음으로 등록문화재 제302호로 지정됐다.
 

▲ 해안 방향으로 앉아 바다 풍경을 촬영하는 시민들.
▲ 해안 방향으로 앉아 바다 풍경을 촬영하는 시민들.

◇기존 철로 최대한 활용…지나친 상업화 치중 억제

해운대 미포와 송정을 잇는 철길은 구간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 일제의 사원수탈과 일본인들의 해운대 관광을 위해 건설됐다. 해방 뒤에는 포항~경주~울산~부산을 잇는 교통수단으로 이용됐지만, 해안을 따라 건설된 협소한 지형 탓에 복선전철화가 불가능했고 지난 2013년 12월 폐선됐다. 폐선 이후 철길은 시민 산책로로 개방됐다가 몇년간의 공사를 거쳐 지금과 같은 관광열차와 산책로, 공원이 어우러진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폐선부지 소유주인 국가철도공단이 부산시에 이 부지를 제공하면서 민간투자를 유도해 이 지역 핵심 관광시설로 재탄생했다. 민간에서 투자한 전동열차와 스카이캡슐에 부산시와 해운대구가 조성한 산책로를 포함한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조성됐고,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8월까지 총 80만명 가까운 입장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하지만 해안을 따라 조성된 철길이어서 활용방안 모색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최초 해안을 따라 달리는 열차 아이디어가 제시된 건 지난 2014년이다. 이후 지난해 개장했으니 무려 6년여의 논의를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 환경단체, 주민 등 반대도 많았다. 무엇보다 민간에 의한 상업적 개발이 환경 훼손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컸다. 반대로 개발로 인한 고용창출과 경제활성화 등 찬성 의견도 함께 나왔다고 한다.

배종진 블루라인파크 대표이사는 “부산시 주관으로 이해당사자들과 사업자가 참여하고 지역주민, 환경단체, 지역 오피니언리더들이 원탁회의를 통해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는 등 지역사회 여론수렴에 최선을 다했다”며 “특히 기존 철로를 최대한 활용하되 환경 훼손과 지나친 상업화 치중을 억제해 주민들을 설득했다. 현재는 크진 않지만 고용창출도 꽤 했고 활성화되는게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열차를 타는 것만이 아니라 열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보강, 각 정거장 이벤트 등 문화적으로 즐길거리 구축에 힘쓸 예정이다”고 말했다. 글=정세홍기자·사진=김도현기자

인터뷰 / 배종진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대표이사
“주민들 반대하면 추진하기 힘들어
의견 수렴후 지역사회와 연계 중요”

 

▲ 배종진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대표이사
▲ 배종진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대표이사

-폐선부지 개발 아이템을 어떻게 강구했나?

“각종 민간아이디어 공모할 때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때 중요하게 논의됐던 게 기존 철로를 최대한 활용하되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지나친 상업화 치중을 억제하자는 것이었다. 기존 철로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다 보니 친환경적인 해변열차를 하게 됐다. 케이블카 아이디어도 있었고 여러가지 놀이시설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게 스카이캡슐이다. 환경훼손도 최소화하고 기존 철로 위에 공중레일을 건설해 미관을 해치지 않는 색다른 개념의 관광시설이었다.”

-울산의 폐선·폐역부지 활용방안 모색시 고려해야 할 점은

“해운대는 관광시설 위주로 입장객을 모을 수 있고 주변 관광단지 등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다. 울산 폐선의 입지조건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상업개발을 위한 민간자본 유치를 하려면 사업성과 상품성이 중요하다. 전국에 폐선부지가 많아 너도나도 개발하려고 하는데 제대로 된 상품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민간이 아닌 지자체나 공공에서 하더라도 여러가지를 따져봐야 한다. 아무리 좋은 걸 하더라도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면 제대로 추진하기 힘들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 지역사회와 연계할 수 있는 상품 개발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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