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7일까지 서울 학고재

▲ 학고재 전시 장면.
▲ 김현식, Beyond the Visible, 2021
울산에서 작업하는 김현식 작가의 작품전시가 지난 8일 서울 학고재에서 시작됐다. ‘현(玄)’이라는 주제의 이번 전시는 지난 2018년 이후 3년 만의 학고재 개인전이다.

김현식은 평면 속에 색이나 형태를 이용하여 깊고 아득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노자의 ‘현은 온갖 신묘함의 문’이라는 생각을 미술로 풀어내는 방법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 주제에 한발 더 깊이 들어가면 ‘현(玄)’을 ‘색을 넘어선 본질로서의 공간’으로 이해하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고 두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시각 예술로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를 위해 김현식은 거꾸로 접근하는 방법론을 택한다. “그 깊이가 아득하여 오묘한 색으로 보이는 현(玄)”이기에 역으로 ‘색채를 먼저 보임’으로써 아득한 깊이를 가늠하게 한 것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서 시각적으로 다가오는 표면의 색이나 형은 공간으로 넘어가기 위한 관문과도 같다. 그 문을 넘으면 본질과 현상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운율을 품는 공간, 현(玄)의 세계를 직감할 수 있다.

그는 언제나 작가를 넘어서 관객과 함께하는 미술 여행의 길잡이이길 원한다. 노자가 말한 ‘만물의 신묘함을 간직하고 있는’ 현(玄)의 세계로 관람객을 이끈다. 표면 너머의 무한한 공간과 조우함으로써 외면우월중심의 현대 사회에서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전시에는 무려 340여 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모두 동아시아의 사상과 미감을 서구 모더니티에 불어넣어 얻은 결실들이다. 10월17일까지.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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