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전·폐항 이해득실은
폐항찬성 대규모 도심 유보지 확보, 규제 풀려 개발이익 기대
폐항반대 가덕·대구신공항 접근성 낮고 공항 재유치는 불가능

송철호 울산시장이 던진 울산공항 이전·폐쇄 화두가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찬반 진영은 저마다의 논리로 울산공항 존폐를 위한 제언을 쏟아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송 시장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포퓰리즘’ 제안을 던졌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찬반 양측 모두 울산공항의 중요성을 감안해 시간을 두고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울산공항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전보다 폐항에 방점

송 시장이 던진 울산공항 이전·폐항 공론화 제안은 이전보다 폐항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전이나 폐항은 모두 울산 발전을 가로막는 공항을 도심에서 밀어내자는 것인데,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단 울산 관내에는 울산공항이 이전할 만한 마땅한 부지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울주군 온양읍 삼평들 일원 등을 거론하지만 공항이 울산 도심에서 지나치게 멀어질 경우 접근성이 떨어져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에 울산공항의 존폐를 논의할 경우 이전은 선택지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도시 발전 위해 폐항해야”

울산공항 폐항에 찬성하는 쪽은 도시 발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울산공항이 울산 발전에 주는 이익보다 악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폐항 찬성론자들은 울산공항 폐항에 따른 가장 큰 불편으로 거론되는 제주도행 노선 문제 역시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주행 노선이 주는 편익과 울산 성장·발전에 미치는 손실 중 더 큰 것을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울산공항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울산공항이 지닌 태생적 한계에 따른 안전성 문제와 고도 제한 등의 폐해는 공항 이전에 따라 자연히 해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폐항 찬성론자들은 도심 속에 막대한 면적의 활용 가능한 유보지가 생기고, 공항 일대의 각종 규제도 풀리는 만큼 이에 따른 개발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도시 외곽을 난개발하느니,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심 부지를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삼건 울산대 명예교수는 “울산공항 부지를 개발할 경우 매수가 쉽고, 도시계획도 용이한 만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보석 같은 땅이 될 수 있다”며 “주거도 중요하지만 울산의 미래를 위해 젊은 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공항 부지 개발을 통해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폐항은 되돌릴 수 없는 악수”

폐항에 반대하는 진영은 공항을 없앨 경우 다시 공항을 유치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되돌릴 수 없는 악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들은 울산시가 주장하는 가덕도 신공항 및 대구통합신공항은 환승 등을 감안하면 실제 접근성은 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낮아지는 만큼, 시민 편의를 위해 울산공항을 존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 국가와 도시로의 신속한 접근성 확보가 도시 경쟁력의 주 요인으로 등장한 상황에서, 공항을 폐쇄하는 것은 미래 경쟁력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글로벌 도시로 가기 위한 필수 조건 중 하나인 공항 유치 및 유지를 위해 타 지자체들은 재정 지원도 불사하는 점을 감안하면 공항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다.

폐항은 자동차 도시 울산의 성장잠재력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자동차가 인천공항공사 등과 미래 교통수단인 UAM(Urban air mobility·도심항공교통)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한 가운데, 울산 역시 비슷한 사업을 준비하는 만큼 공항은 주력산업 성장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라는 것이다.

항공을 이용하는 업무 수요가 많은 산업도시의 특성이나 마이스산업 활성화를 감안해서라도 울산공항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른다.

충남공항 유치를 추진 중인 서산시 관계자는 “공항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당장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미래를 감안하면 도시 경쟁력에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울산공항 존폐를 놓고 찬반 진영은 당장 방향을 정하는 대신 울산 미래 발전을 위해 신중히 접근하자는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대선 공약 반영을 위한 단기 설명회·공청회 등 졸속 여론 수렴은 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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