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사회 등 기후변화 대응
중·고교 기초교양 교육으론 부족
전문·제도적 교육 체계 구축 시급

▲ 송창근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인간이 동물과 가장 다른 점은 학습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문명으로 발전시키고 공동 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우리는 이러한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더 편하고 윤택한 생활을 위해 자연을 이용하게 됐다. 차츰 자연으로부터 최고 효율과 최대 생산성을 뽑아낼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경제 구조가 변화됨에 따라 이를 위한 전문가 양성에 매진했고, 그만큼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으며 충분한 지원이 뒤따랐다. 아직도 여전히 기술은 계속 진보해야 하고 과학 기술의 톱니바퀴를 더 빨리 돌리기 위한 인재가 더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이제 너무 익숙해져 마치 세상은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우리 삶 또한 이렇게 살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금까지 이렇게 교육을 받았다.

한편, 올해 8월 우리의 불편한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공로로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작성한 보고서가 그것이다.

이 보고서에는 8년 전 발표된 5차 보고서 이후 보완된 최신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지난 5차 보고서에는 지구의 온도 상승이 산업혁명 시작점으로부터 1.5도 이상 높아지면 지구의 자연-인간 생태계는 되돌릴 수 없는 재앙적 영향을 겪을 것이라는 과학적 증거와 경고가 제시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2015년 세계 정상들에 의해 ‘파리 협약 / 1.5℃ 목표’가 합의됐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폭염의 빈도, 강력해진 태풍,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극지방의 빙하 등을 차치하더라도, 그간 수만 년 동안 유지했던 온도의 분포가 너무 빠르게 바뀌면서 동물, 식물, 인간의 생존에 적합한 지리학적 위치가 겹치는 상황이 초래되었으며 이로 인해 인간-동물 간 전염병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었다. 지금의 COVID-19 사태가 우연히 생긴 게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 6차 보고서의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남은 탄소 배출 여분이 현재의 추세로 가면 2030년에 모두 소진된다는 전망이 엄밀한 연구를 통해 제시되었다는 것이다. 즉, 앞으로 온실가스 배출 한도가 10년쯤 남았다는 것이다.

그간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왔다. 뒤에 남은 어지러운 발자국을 무심코 또는 애써 외면하면서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수천 년간 축적한 지혜에 의하면, 남은 생채기는 없어지지 않고 더 곪아 결국 터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2021년 현재 아직 겪어보지 못한, 과연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새로운 문제에 당면하고 있다. 그간 이용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대자연의 역습이 시작되었고 그 규모와 파급영향은 파악조차 여의치 않다.

이러한 내용에 대해 우리는 지금까지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그간 실생활에서 온실가스를 줄이자는 운동을 전파하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에는 익숙하긴 하다. 한 예로, TV 광고에서 불쌍한 북극곰을 자주 봐 왔을 것이다. 환경캠페인의 수준은 딱 이 정도이다. 중, 고교의 기초 교양 수준의 교육으로는 전 인류가 당면한 문제 해결을 이해하고 공유하며 해결책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탄소중립을 준비해야 하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향후, 2050년 탄소중립 사회에서의 우리의 삶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가지게 될 텐데,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원인, 자연·인간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과학·기술, 사회·경제·문화적 파급 효과 등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 체계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 교육을 담당할 전문가와 이들을 양성할 제도화된 고등 교육기관 확충이 첫 번째 단추가 될 것이다. 이제 해당 교육에 대해 절실하게 그리고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시점이다.

벌써 30년쯤 된 것 같다. 필자가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인가. 광화문 모 서점에서 우연히 유홍준 교수의 <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의 서문을 보고 현장에서 바로 3분의 1을 읽었던 경험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아직도 기억나는 문장이다. 공부를 계속하면서 그리고 이후 사회에 진출해 문제 해결을 위한 해답을 찾고자 할 때마다 그 글귀가 계속 맴돌았다.

미래를 위해 이제 다시 교육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움직인다’

송창근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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