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고래고기

암각화에 새겨진 고래 그림 등
울산의 역사 고래와 함께 시작
전국서 고래고기집 제일 많아

고래고기 부위는 참치처럼 다양
주로 열두가지 부위 맛볼수 있어
날것보다 삶아서 먹는게 일반적

‘우네’ ‘오베기’ 등 귀한 부위에
생고기·육회·수육·고래곰탕 등
다양하게 맛보고 즐길수 있어

초보자일수록 전문점 추천하고
가능한 단골손님과 동행 권해

‘바다의 로또’로 인식하는 고래
수백년전에도 귀했던건 마찬가지

▲ 고래의 여러가지 부위를 수육과 육회로 맛볼 수 있는 고래고기 모듬 메뉴. 경상일보 자료사진.

지난 5월 정부가 국내 해역에서 서식하는 고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는 해양생태계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오랫동안 울산의 맛으로 알려져 온 고래고기 식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어질 지, 혹은 사라질 지 관심이 쏠리는 중이다. 관련 법률은 지난 8월 이미 입법예고됐고, 오는 11월 어떤 결단이 내려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고래고기’가 하루 아침에 당장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예전만큼 호황은 아니지만, 울산의 고래고기집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울산은 역시 고래고기!”라며 단골집을 찾는 미식가의 발길도 여전하다. 아직도 ‘울산음식’하면 ‘언양불고기’와 함께 ‘고래고기’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울산의 맛’을 연재하는 ‘울산음식디미방’ 역시 목록에서 고래고기를 제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반구대암각화의 고래그림에서 알 수 있듯 울산의 역사는 고래와 함께 시작됐다. 울산 주변의 신석기시대 패총에서 보이는 고래뼈를 통해서도 고래는 이미 울산만을 기반으로 한 고대울산권의 생활문화와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마흔여덟가지 부위, 열두가지 맛

고래고기 부위는 일반적으로 48가지로 알려져 있다. 그 중 식당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맛은 12가지다. 고래고기는 날것으로도 먹지만 삶아서 먹는 게 일반적이다. 수육처럼 만들어 초고추장, 젓갈, 소금 등에 찍어 먹는다. 고래고기 식당에서는 모듬, 수육, 오베기, 우네, 육회, 막찍기, 찌개, 곰탕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내놓는다.

턱밑살인 ‘우네’는 귀한 부위다. 살짝 얼려서 나온다. 질 좋은 참치를 씹는 듯한 질감이 느껴진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맛이 좋은 반면 나오는 양이 적다 보니 모듬으로 고기가 나올 경우 단 몇점밖에 나오지 않는다.

‘오베기’는 더 귀하다. 보통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금에 절인 후 상에 나온다. 쇠고기의 차돌박이와 비슷하고 보통은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초장은 오베기의 오돌오돌 씹히는 맛과도 잘 어울린다.

생고기는 신선도가 가장 좋은 갈빗살을 듬성듬성 썰어 막장에 찍어 먹는다. 쇠고기와 고급 생선회의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육회는 채썬 배와 잘 어울린다. 육회는 고래고기를 처음 먹는 사람들에게 제격이다. 양념과 함께 먹으므로 냄새에 대한 거부감이 덜 수 있다.

수육은 껍질과 갈빗살, 내장 등을 삶은 고기다. 다양한 부위만큼 양념장도 고추장, 쌈장, 젓갈, 소금 등 6가지로 다양하다. 부위마다 찍어 먹는 양념장이 달라 직원의 설명을 듣고 맛보는 것이 좋다. 특히 내장 부위는 고래 특유의 향이 강해 배추김치나 부추김치를 함께 먹기도 한다.

울산의 어느 고래고기집에는 고래곰탕도 내놓는다. 말 그대로 고래 뼈를 13~15시간 이상 푹 고아낸 국물 요리다. 고래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 생강을 넣는 거 외에 다른 첨가물은 없다고 알려졌다.

◇초보자를 위한 고래고기 팁

고래는 워낙 덩치가 크기 때문에 일단 해부를 하면 부위별로 냉동보관한다. 고래고기는 두번 삶는 법이 없다. 따라서 삶는 날 가서 제 때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다. 고래고기는 초보와 미식가가 좋아하는 부위가 확연히 다르다. 미식가들은 고래 특유의 향을 즐긴다. 하지만 초보들은 가급적 향이 적은 부위를 찾는다. 처음에는 낯설지만, 한번 그 맛을 알게 되면 결코 잊지 못하고 다시 찾게 되는 것이 고래고기다.

장생포가 고향인 한 고래고기 애호가는 “초보자일수록 제대로 된 전문점을 찾아 맛을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하나 팁도 알려준다. 전문식당일수록 고기맛을 아는 단골을 우대하는 법이니, 가능한 단골손님과 동행하는 것이 좋은 고기를 맛보는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고래는 참치처럼 부위가 다양하다. 제각각 그 풍미가 달라 그 맛이 무려 12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고래고기 전문점에서는 보통 사람 수에 따라 대·소 크기의 쟁반에 수육을 모둠으로 담아낸다. 그 외에도 고래고기는 생고기와 육회무침, 마지막 탕까지 코스요리처럼 나온다.

초보자들은 씹는 질감과 맛까지도 쇠고기의 그 것과 똑같다고 느낀다. 젓갈, 참기름, 소금, 양념고추장 등 부위별로 찍어먹는 소스가 다 다르다. 고기 특유의 맛을 봐야하는만큼 쌈싸먹는 상추나 깻잎은 곁들이지 않는게 좋다.

얼마 전 관할 지자체에서 ‘고래밥상’ 메뉴를 내놓았다. 모 대학에 용역을 의뢰해 고래고기 전문 식당들의 메뉴를 통일시키기 위한 시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전문 식당들이 ‘고래밥상’ 메뉴를 내놓지 않는다. 메뉴를 규격화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평가가 많다. “‘고래밥상’은 고래고기가 주인이 아닙니다. 고래가 먹는 바다 먹거리로 만든 식단이죠. 그렇다 보니 고래고기의 다양한 맛을 전달하지 못해요. 오히려 멸치, 고등어, 해초류 등 고래가 먹는다는 바다 식재료들이 주 메뉴가 되어 있어요. 주객이 전도된 셈이죠.”

◇한일양국의 유별난 고래사랑

▲ 이다혜 전문가·울산음식문화연구원장
▲ 이다혜 전문가·울산음식문화연구원장

고래를 ‘바다의 로또’로 인식하는 오늘날의 인식은 수백년전에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일제강점기를 기점으로 울산 장생포가 고래도시가 될 수밖에 없었던 단적인 일화가 역사서에 전한다. 조선숙종 때 통신사의 제술관으로 일본에 다녀온 신유한의 기록(해유록)에 나온다. 조선에서 온 통신사에게 왜인들은 고래고기 회(膾)를 대접했다. 고래회는 아주 귀하여 비싼 값으로 사서 손을 접대하는 화려한 찬이었다. 하지만 이에 낯설었던 통신사 일행 중에는 ‘부드럽고 미끄럽고 기름져서 별다른 맛이 없었다’고 맛평을 하기도 했다. 다만 ‘일본 사람은 큰 고래 한 마리를 잡으면 종신토록 부귀(富貴)를 할 수 있다 하니, 과연 그런가?’하고 묻기도 했다. 돌아 온 대답은 상상이었다. ‘어찌 한평생에만 그치겠느냐’며 ‘그 부귀는 대대로 전할만큼 엄청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유인즉 귀족가문에서는 고래회와 고래젓을 최고의 명품으로 여겨서 돈을 아끼지 않았다. 또 왜의 등촉(燈燭)은 모두 고래기름을 사용하는데 고래고기 크기가 주먹만한 것이면 능히 기름 한 사발을 짤 수 있었다. 이빨, 등지느러미, 하물며 수염에 이르기까지 모든 신체부위로 온갖 기물(器物)을 만들 수 있어 그 이익 또한 만만치않으므로 어부 중에는 포경장(捕鯨將)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다만 그 고래가 얼마나 귀한 지 그 것을 잡아 부자가 된 자는 적다는 것이었다.

이다혜 전문가·울산음식문화연구원장 참고=울산역사문화대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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