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던 총선전이 막을 내리고 선택의 날이 왔다. 선거과정 내내 기승을 부린 여야간 감성 자극과 이벤트 정치에 공약개발이나 정책대결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은 유감이다. 그런 탓인지 선거 막판까지 후보자와 정당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늘어나고 투표율은 도리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반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투표율이나 결과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번 선거가 낡고 병든 정치판을 확 바꿔 새 지평을 여는 분수령이 되게 해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의지만은 강렬한 것으로 봐도 좋을 듯 하다.
 우리는 깨끗한 정치와 밝은 미래를 열어가려는 유권자들의 열망이 강할수록 보다 사려깊은 판단과 현명한 선택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선거에는 1인2표제가 도입돼 지지할 후보자 외에 지지정당도 골라야 하는 터라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은 청렴성과 능력, 봉사정신 등 후보자의 덕목을 면밀하게 따져 옥석을 가리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선관위가 보내준 우편물과 선거벽보, TV토론회 등에서 드러난 후보자의 됨됨이를 선택의 기준을 삼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따라서 선거 종반까지 난무한 이미지와 감성정치, 네거티브 선전전과 꼼수정치에 말려들어선 곤란하다. 선거막판 꿈틀거리며 고개 드는 듯한 지역주의 망령도 추방해야 할 것이다. 이런 잘못된 행태를 보인 후보와 정당들에 대해서는 준엄하게 표로 응징해야 마땅하다. 지난 4년간 정당과 국회의원, 후보들의 공과를 냉철하게 평가하고 앞으로 의정활동의 주역들을 뽑는 일이 한순간의 바람이나 혼탁 양상, 지역주의 망령에 사로잡히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모든 것은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과 선택에 달렸다. 민주시민 없이 민주주의도, 정치발전도 요원하다. 이성적인 투표 없이 생산적인 국회가 만들어질리 만무하다. 나의 소중한 한 표가 올바르게 행사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부패·부도덕정치가 판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부동층의 급증이 투표 무관심 내지 기권으로 이어질 개연성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기권은 전체 유권자의 대표성을 왜곡시키고, 자신이 원치 않는 후보를 당선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번 선거에서 박빙의 표차로 승부가 판가름 날 지역이 많아 투표권 행사의 무게는 더해진다. 한사람도 빠짐없이 투표장에 나가 이번에는 제대로 찍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