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이 끝났다. 탄핵안 가결 역풍으로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던 열린우리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승리했고, 한나라당은 원내 1당에서 2당으로 밀렸지만 나름대로 선전했고, 민주당과 자민련이 참패했다면 민주노동당은 대약진한 결과를 낳았다.
 아무튼 결과야 어떻든 17대 총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은 끝났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환호하는 승자가 있는가 하면 투표함에서 확인된 유권자들의 엄중한 질책민심에 가슴을 쓸어 내리는 패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승패를 떠나 분명한 것은 이제 선거가 끝났다는 사실이다.
 각 정당은 이제 국민이 새로 정해준 자리에 앉아야 한다. 새 자리가 흡족할 수도,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각 정당이 새 자리의 의미를 되새기고 마음을 다잡는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총선전이나 총선이 끝난 지금이나 정치권이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정치권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눈이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지난 4년과 그 이전의 정치궤적, 그리고 앞으로 4년과 그 이후의 국가행보를 내다보며 현명한 한 표를 행사했다. 충선 출마자들은 그 한 표를 얻기 위해 역대 어느 선거에서보다 저자세로 선거전을 치러야 했다. 18대 국회를 출발시키기에 앞서 정치권은 이 같은 당시의 초심을 다시금 추슬러야 한다.
 무엇보다 표심을 정당차원에서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 보다는 우리 사회의 시대착오적인 이념논란이나 세대갈등, 지역주의를 치유하고 후진국성 부패구조를 척결하기 위한 공동의 다짐과 초당파적 협력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탄핵사태를 목도한 국민의 가슴을 다독여주는 일도 정치권에서 할 숙제이다.
 선거결과를 놓고 각 정파간에 소모적 논쟁도 삼가할 일이다. 어느 정당도 확실하게 유권자의 마음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소모적 논쟁이 발생할 경우 민주주의 요체인 공존 상생 관용은 사라지고 배척과 불신의 논리만이 난무할 것이다. 안 그래도 한동안 잠복해 있던 갈등과 현안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일부 단체들의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과 부정의 확산이다. 이것 역시 대의 민주주의를 짓밟는 총체적 불복문화와 법질서를 회복하는 차원에서 정치권이 관심을 가질 부분이다. 17대 국회는 이런 사회적 갈등양상을 걸러내는 국회이기를 바란다. 총선 이후에 나타날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당선자들의 심사숙고하는 자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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