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매스컴이나 정보매체를 접해보는 사람은 혼란의 블랙홀로 빠져든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 사회는 두루뭉수리 사회이다. 좌우, 선후가 구별이 없고 옥석이 판별되지 않는다. 이와 같은 가치판단의 왜곡과 혼돈은 우리의 눈을 흐리게 한다. 그 당시 국민관심 바꾸기 정권용 댐이라고 매도하던 "평화의 댐"이 이제와서 효자의 댐으로 가치격상하고 있다. 북한의 "금강산 댐"의 누수 의혹으로 인해 자리매김이 달라진 것이다.

 금강산댐은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에 이용되던 수공법(水攻法)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하기도 하고 단순히 자국의 필요에 의해 조성된 댐이라고도 한다. 댐착공 당시에 평양방어 사령부 중좌였던 심신복씨는 "이 댐이 완성만 되면 핵탄보다도 더 낫다고 김일성이 말했으며, 국민이 굶어 죽는 마당에 군사적 목적이 아니면, 이 무리한 공사를 왜 했겠는가"라고 말한다. 금강산댐 누수 현상으로 앞으로 우기가 오면, 우리의 수도 서울은 불바다, 피바다 보다 더 무서운 물바다로 수중도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설사 수공법을 이용한 군사적 목적이 아니라 하더라도, 부실공사로 인해 댐이 무너지면, 그 막강한 토사와 콘크리트 조각을 평화의 댐이나 화천댐이 어떻게 감당할는지 걱정이라고도 한다.

 햇볕 정책은 통일지향적인 정책이라고도 하고, "공산당이 어떤자들인데 햇볕에 속을까보냐 일방적 퍼주기식 정책은 지양하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여하튼 우리 나라 어려운 백성은 여전히 어렵고,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북한이 미사일 보유를 일천기로 증강하여 남한내의 비행기지를 파괴할 것이다 라는 미팔군 사령관의 말은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게 되었고, 황장엽씨의 북한 정체에 관한 말씀도 공염불이 되었다.

 지금부터 십삼년 전 도서관에 전경 5명을 감금해 놓고 농성하던 대학생들이 진압 경찰에 대항해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질러, 경찰관 7명이 숨지고 11명이 중화상을 입어 아직도 신체장애로 신음하는 불행한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부산 동의대 사건은 그 당시 방화과실 치사형을 받았던 사람이 민주화 운동으로 신원되어 보상 받을 것이라고 한다. 심의위원장은 "이들은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살인에 고의가 없었고, 발생한 결과가 중대하다는 것만으로 민주화 운동 관련성을 부인하지 못한다"고 설명했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불법 방화 살인 행위를 높게 평가 보상하는 행위는 국법질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국가의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관에게 화염병을 던지는 것은 대한민국에 불을 지르는 것이나 다름없는 반국가적 반역 행위이다"라고 친북좌익세력 명단공개 추진본부는 성명서를 내었다. 경찰관들은 분노에 치를 떨며 침묵 시위를 하고, 자유수호 국민운동 본부 역시 대한민국이 좌익책동으로 무너지고있다는 성명서를 내어 규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가오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금강산댐 붕괴 걱정보다도 교육현장의 붕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滄浪之水淸兮/可以濯我纓/滄浪之水濁兮/可以濯我足) 창랑의 물이 흐렸기 때문에 사람이 발을 씻은 것이냐? 사람들이 발을 씻었기 때문에 창랑의 맑은 물이 흐려진 것이냐? 맹자가 공자의 가르침을 인용하면서 그의 제자 함구몽에게 말한 이 반문은 매우 의미 심장하게 들린다. 물이 흐려서 사람들에게 발을 씻는 대접밖에 못 받는 창랑의 탁한 물과 같이, 만일에 교사가 교단을 흐리게 한다면, 교사들 스스로 그 흐린 대접을 받게 될 것이다.

 비록 아무 보상도 훈장도 받지 못하더라도, 가르치는 일과 잡무에 시달려 데모는 커녕 소리 한번 지를 여가도 없이 바쁘게 살아왔던 양심적이고 실력있는 교사들이여 섭섭해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에겐 가장 큰 빽인 제자가 있고 아직도 이 땅의 사람들은 당신들을 존경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 전도된 가치관을 재정립 할 사람은 오직 당신, 스승들뿐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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