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항공 등 시초인 특수목적법인
대형사고때 위험 낮추는 긍정 역할
이로운 점은 취하되 악용해선 안돼

▲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

화천대유 천화동인(火天大有 天火同人). 조선의 정조가 가장 좋아했다던 주역(周易) 문구. 이 여덟 글자를 두고 나라가 시끄럽다. 대장동 택지를 공공과 민간이 공동으로 개발하였는데 민간 부분 특수목적회사(SPC Special Purpose Company)가 엄청난 수익을 올렸고, 그 일부가 검게 쓰인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 독자들은 SPC에 대하여 생소하리라.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라고 하면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조세피난처에 탈세나 범죄만을 목적으로 하는 명목회사. 이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 되어 세금을 포탈하는 데 악용하는 것이다. 세계의 명망있는 인사들의 명목회사 비밀 계좌가 들통날 때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국제상거래에서 필수적인 특수목적회사가 먹칠을 당하고 있다. 법원은 왕왕 합법적 특수목적회사라고 하더라도 그 개별거래가 신의칙을 위반한 경우 법원은 그 효력을 부정할 때가 있다. 실제적 당사자는 뒤는 숨고 외관만 특수목적회사를 이용한 경우 개별적으로 법인격을 부인하는 것이다.

법인격부인의 이론은 미국, 독일, 일본 등 각국에서 다양한 각도로 연구되고 있는데 전형적인 법인격부인(Piercing the coporate veil)과 국제사업상 연결점을 위한 법인격부인(Lifting the coporate veil)으로 나눌 수 있다. 대략적으로 설명하면 전자는 실체적 법률요건판단에 있어 효력을 부정하는 것이고, 후자는 관할(Juridiction)과 준거법(Governing Law)을 정할 때 정당성을 고려하는 것이다.

각 분야에서 필요한 권리능력있는 주체로서의 특수목적회사(SPC)가 엄청나게 많다. 특히, 선박과 항공기금융 등에 있어서는 파나마, 라이베리아, 버진 아일랜드, 마샬 아일랜드, 사이프러스, 바하마 등 해외에 SPC를 설립하고 당해국 또는 제3국을 기국(旗國)으로 삼아 편의치적(Flag of Covenience)을 한다. 선박금융을 예로 들어 보면 금융기관과 조선소 그리고 해운사가 서로 약정에 의하여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한 다음 금융사는 특수목적회사에 선박대금을 대여하고, 특수목적회사는 이 돈으로 조선소에 선박을 수주하고(선박소유자는 특수목적회사이다.), 해운사는 특수목적회사에 선박의 용선계약(Chartering)을 하여 운임을 특수목적회사에 지급하기로 하는 각각의 계약을 체결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해운이나 항공의 경우 사고가 나면 서해안을 엄청난 기름으로 덮거나 수에즈운하를 불통하게 하는 것과 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사고가 나면 해운사나 항공사는 곧바로 도산하기 때문에 책임재산이라 생각되는 선박이나 항공기를 각각 분리하여 마치 주식투자가들의 입버릇처럼 말하듯이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화 금융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법인은 로마시대 해운조합이 그 시초가 되었는데, 대항해시대에 동인도회사 등 법인격이 본격 활용되어 국제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의 기본법에는 특수목적회사에 대한 직접 입법이 없어 민법의 법인 규정과 상법의 회사편이 적용된다. 단행법 중 선박투자회사법에 ‘선박투자회사는 1척의 선박을 소유하여야 하고 본점 외의 영업소를 설치하거나 상근 임원을 두거나 직원을 고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부동산투자회사법,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법 등이 입법되었다. 화천대유, 천화동인. 희한한 이름의 특수목적회사는 위 부동산 등 각 법률과 연관이 있다. 자물쇠가 있으면 열쇠가 있다. 악용을 막고 선용하자. 아는 것이 힘이고 모르는 것은 약이다.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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