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계절이 4월 하순에 접어들어 벌써 초여름의 분위기가 날 정도로 온화한 날씨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이럴 때 주말이면 가족간의 사랑도 키울 겸 건강을 위해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곳으로 산행을 하는 것이 요즈음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 가운데 시간과 경비를 함께 절약할 수 있는 알뜰 산행지로서 울산에서는 문수산(文殊山)을 꼽는데 아무도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
문수산은 울산의 보배
 문수산은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시민들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있는 산이다. 너무 가파르지도 않고 너무 밋밋하지도 않은 숲 속 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울산의 도심은 물론 영남알프스의 고산준령이며 멀리 동해의 푸른 바다 어디든 사방으로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한 주일 쌓인 묵은 때를 일순간에 씻어낸 듯 가슴이 탁 터여 후련해짐을 느낄 수 있다. 가히 문수산은 울산의 보배라 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문수산은 크게 높지도 그렇다고 낮지도 않은 600m의 높이로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그리 힘들이지 않고서도 산행에서 오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산이다. 신라시대 때 문수보살이 산세가 빼어나고 아름다워 이 곳에 살았다 하여 문수산이라 부르게 되었으며, 또 산의 특징이 여름에도 덥지 않다고 하여 청량산(淸凉山)이라고도 하였다 한다. 전설에 따르면 신라 경순왕(敬順王) 때부터 문수보살이 이 산에 와서 살아 수복(壽福)과 부귀다남(富貴多男) 하기를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여기에서 비롯된 것인지 몰라도 오늘날도 여전히 문수산을 찾는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문수산은 마치 어머니의 품안과 같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산이다. 고산준령의 영남알프스가 엄한 아버지의 상(像)이라면 문수산은 마치 포근한 어머니의 품안을 연상시킨다. 좌우의 영취산(靈鷲山)과 남암산(南巖山)을 부드러운 능선으로 아늑하게 감싸안은 가운데, 사계절 푸른 소나무며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며 잘 자라고 있다. 그러면서도 병풍바위 등 높은 암벽도 군데군데 위치하여 산의 명성에 어울리게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울산대공원이 인공적으로 조성된 것이라면 문수산은 인공미가 가미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대공원이다.
울산의 과거와 현재를 지켜보는 산 증인
 울산은 그 옛날 태화강 유역에서 농사를 짓거나 작은 고깃배 몇 척이 고기를 낚던 한적했던 포구의 모습에서 한 때 임진왜란이나 염포 개방 등과 같은 역사적 수난기를 거치며 우리나라 산업수도로 성장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이 모든 변모 과정을 문수산은 역사의 산 증인(證人)처럼 묵묵히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오직 울산의 번영과 평화를 기원하며".
 문수산은 그 옛날 화려한 때도 있었던 것 같다. 오늘날 그 흔적만이 남아있는 망해사, 청해사 터가 말없이 그것을 웅변해주고 있다. 그러나 후일 중창되었다는 문수사를 비롯한 고찰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울산시민들에게 정신적 안식처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필자가 지난 해 8월말 지역협력관으로 울산에 첫 발을 디딘 후 가장 먼저 찾은 곳도 바로 문수사, 문수산이다. 지역협력관으로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지 혼자 고뇌하던 당시에 문수보살의 지혜를 빌려야 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무튼 문수산은 시민들에게 신선한 공기를 제공해 주는 허파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깨끗한 물을 공급해주는 더 없이 고마운 산이다. 어디 그 뿐이랴. 언제 어디서든지 품안으로 들어와 쉬었다 가는 발길을 막는 법이 없다. 적막에 쌓인 새벽녘이나 해가 저무는 석양이나 때를 가리지 않는다. 또한 처음 온 산행객 조차도 길목을 찾는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쉽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그만큼 울산시민과는 떼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산이 바로 문수산이다.
앞으로 보존하고 가꾸는데 힘써야
 울산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 문수산에 근래 자연미를 잃어 가는 조짐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계절 산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다 보니 자연이 조금씩 훼손된 곳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산 주위에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인공 구조물도 하나 둘 들어서고 있다. 한번 잃어버리고 난 후 이를 원상복구 하는데는 그 보다 수 백 배 수 천 배의 엄청난 투자와 시간이 뒤받침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익히 알고 있다. 문제는 바로 실천에 있다고 하겠다. 110만 울산시민들의 영원한 안식처요 보배인 이 문수산을 잘 보존하고 가꾸어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이야말로 오늘날 울산시민들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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