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을 계기로 여의도 정가에 여성정치인 시대가 활짝 열렸다. 전체의원 299명 중 39명의 당선자를 내 전체 의석의 13%를 여성 의원들로 채우게 됐다. 여성비율이 6% 미만이던 16대 총선에 비해 괄목할만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지역구 10명, 비례대표 29명이란 여성의원 숫자는 15대 국회에 비하면 4배 이상, 16대에 비해도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선거 때마다 대선 후보들과 정당들이 공약했으나 번번이 허사가 되고 말았던 여성의 정치 세력화가 비로소 가시적 성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한국여성의 정치적, 사회적 지위는 너무도 열악해 국내외적으로 적지 않은 지적을 받아 왔다. 유엔개발(UNDP)의 여성권한 척도로 따져 볼 때도 후진국 수준이었다. 특히 여성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및 기업 고위간부 등 3개 분야에 대한 여성점유율은 좀 창피스러운 얘기지만,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정치의 경우 국회 여성의원 비율이 30~40%대인 북유럽 국가나 20%대를 넘는 베트남, 중국, 파키스탄 등에 비하면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확대와 양성평등의 실현을 위해서도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운동이 꾸준하게 전개돼 됐다.
 이번에 국회 여성의원 비율이 10%대를 넘어선 것은 그 같은 결과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총선에서 여성들이 약진할 수 있었던 것은 주요 정당들이 비례대표의 50%를 여성에게 배분한데 힘입은바 크다. 그렇더라도 지역구에서도 적지 않은 여성 후보자가 새로운 정치인상을 보여주며 선전했기에 좋은 결과도 가능했다.
 아무튼 국회 우먼파워 시대가 활짝 열린 만큼 여성의원들의 활약에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해야 할 일도 많을 것이다. 우선 어렵사리 국회에 진출하게 된 여성의원들은 견고하기 이를 데 없는 남성 중심의 정치문화부터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아울러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민의를 대변하는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소신을 다해야 할 것이다. 16대 국회에서 일부 여성의원들이 남긴 좋은 선례는 본받을 만하다. 노인 등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문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갖가지 민생문제들에 대해 전문성과 열의를 갖고 의정활동을 펴주기를 바란다.
 한가지 잊지 말 것은 여성의원이라고 해서 여성문제 해결에만 앞장서고 대변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남성의원보다 더 광의의 국가발전을 위해 성의 한계를 뛰어 넘는 의정활동을 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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