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태화강 준설공사로 하천 수초대 습지를 훼손하자 지역 환경단체들이 공사중지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들이 특히 공사중지를 요청한 곳은 태화강 중상류지역으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수초대(퇴적층)의 훼손 확산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태화강 수질개선을 위해 삼호교~학성교 6.4km 구간 퇴적오니 준설사업을 이달 들어 착수, 현재 중구 명정천 인근에서 준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조성된 수변 퇴적층 수초대 까지 중장비로 마구 잘라내 제방 쪽으로 옮겨놓자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울산시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 태화강 주변의 생태도시를 지향하면서, 태화강의 하천 식생을 가장 잘 살펴 볼 수 있는 지역을 상대적으로 훼손하는 것은 이율배반적 행위라는 것이다.
 우리 역시 환경단체의 이에 공감한다. 삼호교~명정천 구간은 수변 퇴적층을 중심으로 각종 식물군락과 토종 어류, 철새들이 함께 삶을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최근 들어서는 퇴적층과 수초대를 중심으로 산란기의 토종어류가 알을 낳는 등 서식처로서의 중요성이 부가되고 있다.
 울산시가 이런 지역을 중장비로 가차없이 파괴하는 행위는 환경도시, 생태도시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삼호교 아래 습지의 경우를 보자. 이 지역은 강의 둑 아래 모래가 퇴적된 둔치와 물 속의 얕은 곳에 식물이 나고 자라면서 형성이 됐다. 이 둔치와 섬들, 그리고 수면이 중요한 이유는 강가에서 보기 드문 물옥잠, 노랑어리연꽃, 총포, 줄, 애기부들 등의 수초가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햇빛과 무기물을 흡수하여 유기물을 합성시키는 산소공장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탄소동화 작용을 통해 물 속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시키는 것이다. 수중 산소는 물 속의 생물들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물 속의 용존산소량이 줄어들면 수중생물 역시 살 수가 없다.
 새삼 가조하지만, 수초대를 중장비로 잘라내는 것은 자연 생태계로의 전환을 고의적으로 망가뜨리는 행위와 같다. 울산시는 이 점을 간파하고 강 중상류 지역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내륙습지 보전지역에 해당될 정도로 식생이 양호한 지역을 훼손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받아들일 수 없다. 더구나 이 지역은 삼호산과 남산에 서식하는 백로, 왜가리 등의 먹이 장소와 휴식처로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이래저래 울산시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