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을교과서와 마을교사, 지역의 미래 만든다

◆중구 맞춤형 교과서 직접 제작
언어·지리·역사·인물·사회문화
분야별 주제 정해 5년 주기 합본
중구문화원 향토사연구소 주축
전·현직 교사가 감수 담당하고
애니원고 학생들이 삽화 참여
초등학교에서 활용 시범교육도

◆마을교사 역량 키우기 노력
전문성 가진 주민들 교사 변신
아이들과 직접 부대끼며 활동
마을교육공동체 핵심축 역할
10개의 전문분야 동아리 운영
중구, 신규 마을교사 양성교육
활동범위 점차 넓혀나갈 계획

▲ 울산 중구 마을교과서 제작 추진단이 마을교과서 제작 및 집필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울산 중구형 혁신교육은 3년차에 접어들면서 ‘온 마을이 학교’라는 목표 아래 매년 새로운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나가고 있다. 특히 중구는 혁신교육의 일환으로 올해 울산에서 최초로 기존의 교과서와 차별화 된 ‘마을교과서’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인 교과서는 교육의 근간이자 모든 학습의 출발점이다. 마을교과서는 아이들에게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선 배울 수 없는 지역의 역사와 다양한 이야기를 가르친다. 이와 함께 혁신교육의 주체인 마을교사들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교육과정을 구성해 점진적으로 혁신교육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 울산 중구 마을교과서 제작에 참여한 향토사연구소가 지난 24일 옥성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범운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울산 중구 마을교과서 제작에 참여한 향토사연구소가 지난 24일 옥성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범운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온 마을이 참여해 제작한 마을교과서

중구는 마을교과서 기획에 앞서 전국의 마을교과서 제작 사례와 정규 교육과정의 사회과 지역화 교재를 점검했다. 이중 일부 마을교과서는 내용이 부족하고, 정규 교과서는 지역의 전체적인 특징만 담고 있는 한계가 발견됐다.

이에 중구는 지역만의 우수하고 차별화된 마을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매년 언어, 지리 정보, 역사, 인물, 사회문화 등 분야별 주제를 정해 5년 주기로 합본을 발행하는 ‘마을교과서 제작 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마을교과서 제작에 착수한 중구는 4월에 울산중구문화원을 주관단체로 선정하고 사전협의를 진행했다. 이어 부설 향토사연구소를 주축으로 마을교사, 전·현직 교사, 전문가 등이 함께하는 마을교과서 제작 추진단을 구성했다. 마을교과서 제작 추진단은 마을교과서의 첫 주제를 ‘중구의 성(城)’으로 정했다.

조선시대에 울산읍성과 병영성이 있었고 신라와 고려시대에는 계변성, 고읍성 등 여섯 개의 성이 있었던 중구지역의 특징을 살린 것이다. 마을교과서 기획·편집은 향토사연구소가, 감수는 전·현직 교사가, 삽화 등은 울산 중구에 위치한 애니원고등학교 학생들이 맡았다.

마을교과서 제작 추진단은 교과서를 집필하면서 초등학교 3~4학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책 속엔 각 성(城)에 대한 역사적 설명과 함께 과거·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진을 실었다. 또 딱딱한 글 대신 울산큰애기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학습형 만화를 제작했다. 이론 수업 후에는 아이들 스스로 가족 및 친구와 함께 현장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도와 주소, 현장 사진 등도 담겼다. 그 결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중구만의 마을교과서가 탄생했다.

김신영 향토사연구회 연구원은 “학부모로서 평소에 우리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체계적으로 알려주고 싶었다”며 “마을교과서가 제작돼 기쁘고 앞으로도 다양한 내용으로 계속 발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구는 지난 24일 옥성초등학교를 시작으로 12월3일까지 울산초등학교에서 마을교과서를 활용한 시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파악·보완한다는 방침이다. 또 2022년부터는 마을교과서 전문 마을교사를 양성하고, 마을교과서 교육을 혁신교육 과정에 편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 울산 중구 혁신교육 마을교사 동아리 달빛하모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미술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 울산 중구 혁신교육 마을교사 동아리 달빛하모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미술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미래 혁신교육의 열쇠, 마을교사 동아리

울산 중구 마을교사 동아리는 일선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며 혁신교육의 미래를 이끌고 있다.

현재 중구에서는 총 10개의 마을교사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으며, 다양한 재능과 직업 전문성을 가진 주민들이 교사로 참여하고 있다. 다채로운 색을 가진 10개의 전문분야 동아리는 중구의 역사, 생태, 문화를 담아 교육과정을 구성·진행하며 학교와 마을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중에서도 ‘달빛하모니 중구마을키움터’는 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우수 동아리로 꼽힌다.

▲ 울산 중구형 혁신교육 마을교과서
▲ 울산 중구형 혁신교육 마을교과서

달빛하모니는 아이들을 함께 키우기 위해 주민들이 힘을 합쳐 동네의 유휴공간인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실을 미술 공방으로 만들었다. 평소 아이들에게 옆집 이모이자 친구의 엄마였던 주민들은 역량을 키워 마을교사로 변신했다.

올해 달빛하모니는 신종코로나로 인한 아이들의 우울감과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맞벌이 부부 자녀 30여명을 대상으로 주 2회 마음을 치유하는 색채 심리교육, 나의 색깔(퍼스널컬러) 찾기, 감성 작품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마을교사의 지도 아래 도화지 위에 알록달록 다양한 색을 덧입히며 자신만의 세계를 녹여낸다. 각자의 작품을 서로 바꿔보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 울산 중구형 혁신교육 마을교과서
▲ 울산 중구형 혁신교육 마을교과서

달빛하모니 마을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나 자신 역시 하루하루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엄마로서, 마을교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아이들의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중구는 마을교사 활동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신규 마을교사 양성교육을 진행하며 마을교사의 역량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전문교육과 활동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마을교사의 활동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백영애 중구 혁신교육과장은 “마을교사는 교사이자 친구, 관찰자가 되어 아이들을 보살피는 마을 교육공동체의 핵심 축이다”며 “앞으로도 마을교사들에게 다양한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 중구 혁신교육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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