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태 울산대 교수 ‘울산 천전리각석 암각화 톺아읽기’ 발간
암각화·한자 명문·민속신앙
3개 분야 연구 묶은 첫 시도
선사·역사유적 가치 등 수록

국보 울산천전리각석은 1970년 처음 학계보고 돼 지난해 발견 5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각석의 암각화와 명문은 아직 선사미술과 역사연구 자료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관련 연구가 더디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전호태 울산대 교수가 쓴 <울산 천전리각석 암각화 톺아읽기>(민속원)는 천전리각석 발견 이후 51년 만에 나온 첫 통합연구서다.

천전리각석에는 선사시대 암각화, 역사시대 한자 명문, 민속 신앙 차원의 금 긋기 흔적이 함께 남아 있다. 암각화는 암각화대로, 명문은 명문대로 각각 연구됐고, 민속 신앙 연구는 한두 차례 이뤄졌을 뿐이다.

저자는 1980년대 말 이 유적을 글로 접한 뒤, 1993년 울산대 교수로 오면서, 이후 30년 가까이 천전리 각석을 찾고 있다. 이 책은 암각화와 명문, 민속신앙을 연구한 그 간의 연구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세 분야 연구를 한 권의 책 속에 담은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책은 유적 현황과 연구사를 먼저 싣고, 잇달아 암각화와 한자 명문, 명문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새겨진 가는 선 그림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신앙 대상으로도 여겨진 이 바위의 신성 공간으로서의 성격과 천전리 각석이 지니고 있던 선사, 역사 유적으로서의 가치와 의미도 실렸다.

점으로 쪼아 새긴 최초의 점각 동물 암각문, 깊게 갈아 새긴 선각 기하문이 생활양식도 다르고 살았던 시기도 다른 사람들이 남긴 작품이라는 점도 밝힌다.

역사시대의 사람과 말, 배 등을 철필로 새긴 사람들이 여러 마리의 용도 새겨 넣으면서 그들이 지녔던 신앙을 추적할 실마리를 남겨 두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신라 법흥왕 일가 사람들이 이곳에 다녀갔고, 진흥왕이 즉위하기 전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 다녀가면서 먼저 돌아가신 법흥왕의 동생이자 아버지인 사부지갈문왕을 추모했다는 사실이 명문으로 남아 있는데, 이 어간에 이루어진 불교 공인에 얽힌 신라의 정치와 종교를 언급한 글도 실려 있다.

전호태 교수는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울산대학교 박물관장과 대학기록관장, 미국 U.C.버클리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 방문교수, 문화재청 문화재 감정위원과 전문위원, 한국암각화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울산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교수 겸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장으로 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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