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종 울산 동구의회 의원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울산 동구에 조선소가 들어선 것은 자연 조건과 지리적 조건이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자연 조건은 연중 쾌청일수가 많고 겨울에도 온난하면서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아 옥외작업에 유리했다. 또 태풍의 영향이 적으며 해안 수심이 깊고 간만의 차가 적었다. 지리적으로는 부산과 가까워 조선기자재 수급이 쉽고 대한조선공사의 인력 확보도 용이했다. 포항제철도 가까이 있어서 철판 물류비용 절약 효과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운명처럼 1973년 울산 동구 미포만 일대에 현대중공업이 자리를 잡았고 동구의 운명은 조선업과 함께했다.

조선업이 승승장구했을 때는 “지나가는 개도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동구는 부족함이 없는 도시였다.

조선업은 산업구조상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대규모의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울산 내에서 뿐 아니라 타지역 사람들이 동구로 몰려와 도시가 급격하게 성장했다. 인구가 증가하자 지난 1990년대 현대패밀리명덕아파트, 동부아파트, 서부1·2차, 명덕1·2차 아파트 등 대단지 주거지가 형성됐다. 또 현대중공업이 한마음회관, 국내 최초 사계절 푸른 잔디 축구장인 서부구장, 현대예술공원, 방어진체육공원, 현대스포츠클럽 등을 지어 문화·교육·예술 혜택으로 삶의 질이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 2014년 무렵부터 시작된 조선업 불황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동구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일감 부족으로 인한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근로자들이 대거 빠져나가자 경제는 말로 다 표현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침체됐다.

동구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2010년 약 650개에 달했던 사업장 수는 올해 7월 기준 463개로 줄었다. 사업장 30%가 감소하다 보니 종사자는 5만3000여명에서 3만2000여명으로 약 40%가 감소했다. 인구도 17만명에서 15만명으로 약 2만명이 줄었는데 그렇게 크지 않은 도시에서 2만명이 빠져나가는 것은 경제 전반에 엄청난 타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정부의 고용위기지역,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지정,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 등의 지원과 울산시·동구청의 노력으로 몇 년간 지속된 최악의 위기 상황을 버텨왔고 최근에는 선박 수주량이 회복되면서 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날 희망이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안심하긴 이르다. 선박 수주량은 회복세이나 수주가 생산으로 이어지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의 시차가 발생한다. 올해 수주량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낙수효과가 나타난다. 게다가 조선업의 장기불황으로 인해 많은 근로자들이 현장을 떠난 상태로 본격적인 회복기를 대비해 숙련인력 고용유지와 신규인력 확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몇 년 동안 지속된 수주 급감으로 협력업체들의 상황은 근근이 버티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5개의 조선소 사업주의 4대보험 유예금액이 900억원 정도 체납돼 있는데 만약에 업체가 도산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거기에 일했던 근로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최소한 이같은 상황이 개선되기까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해왔던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 당장 시급한 것은 고용위기지역 지정 연장이다. 동구는 2018년 최초로 고용위기지역 지정 이후 2차례 연장, 오는 12월 말 지정기간이 종료될 예정이다. 사업주 고용유지와 고용촉진, 근로자 생활안정, 직업훈련 지원 확대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동구의 조선업 협력업체들과 중소기업들은 지정 연장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동구의 조선소 근로자들은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이끈다는 자부심을 가지면서 일했다. 그렇게 동구에 자리잡은 근로자들은 동구주민이 됐고 아직도 그 기억들을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인다. 동구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서는 아직도 지원이 필요하다. 동구주민들에게 조선업이 과거의 영광이 아니라 현재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김수종 울산 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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