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코미디 영화 ‘돈 룩 업’
아무도 심각하게 생각 않고
대통령은 정치적 쇼로 악용
24일 넷플릭스에서도 공개

▲ 갈수록 두려움이 밀려오는 블랙코미디 영화 ‘돈 룩 업’.
엄청난 크기의 혜성이 6개월 후 지구에 충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가정해보자.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에 나오는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제니퍼 로런스)와 담당 교수 랜들(리어내도 디캐프리오)이 딱 그런 상황에 직면했다. 두 사람은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에베레스트산 크기의 혜성을 발견하지만, 아무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메릴 스트리프)의 답은 중간선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것. 그의 아들인 비서실장(조나 힐)은 명문대학교 교수들에게 사실을 검증하겠다며 비웃는다. 인기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해보지만 시청률이 유일한 관심사인 진행자 브리(케이트 블란쳇)는 뉴스를 진지하게 전달하지 않고 유머 소재로만 소비한다. 국민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다 여러 과학자의 확인을 거친 정부가 혜성의 궤도를 틀기로 하면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역시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쇼’로 활용된다.

‘돈 룩 업’은 블랙코미디지만, 장르를 ‘공포’로 분류해도 무방할 듯하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풍자에 처음에는 웃음이 터지지만 갈수록 두려움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이유는 실제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환경운동가들이 아무리 재앙을 예고해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혀 줄지 않고 플라스틱 소비량은 늘어만 간다. 거대 기업도 환경보다는 이익을 우선순위에 둔 선택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람들은 이런 중요한 사실에는 눈감고 자극적인 뉴스나 우스꽝스러운 밈에 중독돼 있다. 무관심 속에 자라난 혜성이 인류를 멸망시키려 한 발짝씩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곧 파멸을 맞을 것이란 감독의 경고가 아니었을까. 8일 개봉. 24일 넷플릭스 공개. 홍영진기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