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 개방문제를 둘러싼 재협상이 다음달부터 시작된다. 우리와 협상을 벌일 나라는 미국, 중국, 태국 등 8개국이다. 우리가 쌀 의무수입 물량을 지금보다 늘려주는 대가로 관세화를 또다시 일정기간 유예하거나 아니면 관세화를 통해 쌀시장을 전면 개방할 것인지를 연말까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관세화 유예를 목표로 삼고 협상에 나서되 무조건 개방 유예를 주장하지 않고 보다 국익을 보호할 수 있는 실리적 접근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의 이런 방향 설정은 타당하다. 정부는 관세화 유예와 관세화 중 어느 쪽이 농촌을 살리면서 국익에 유리한지 세밀하게 따져 협상을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협상이 어떤 쪽으로 마무리되든 결국은 전면 개방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만약 정부 목표대로 관세화가 유예되더라도 일정기간의 시간을 버는 것일 뿐 국내 쌀 농가에 미치는 피해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은 분명하다. 또 시장개방을 미룰 경우 의무 수입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식으로 개방유예의 대가가 지나치다면 오히려 관세화를 통한 시장의 완전개방보다 불리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협상에 능숙하고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 채 목표 관철에 실패한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음을 깊이 새기고 협상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
 대외협상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쌀시장 개방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다. 만약 이 문제를 가볍게 여겼다간 두달전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정에서 나타났던 농민의 거센 반발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전면 개방 2년전부터 쌀정책을 개혁하면서 생산자 단체를 중심으로 의견집약에 나서 국민적 공감대를 성공적으로 형성한 일본의 경험을 거울삼을 필요가 있다.
 정치권도 쌀문제의 해결책 모색에 동참해야 한다. 칠레와의 FTA 비준 때처럼 지역정서와 표만을 의식해 국익을 도외시하는 행태를 보여서는 안될 것이다. 쌀 시장개방이 시기상의 문제일 뿐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면 농촌을 살리는 길을 찾아내고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옳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빈틈없는 사전준비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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