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크리스마스가 되면 광대버섯이 떠오른다. 빨강 바탕에 흰색의 점들이 알알이 박혀 있는 광대버섯의 갓이 산타클로스의 옷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하얀 자작나무 숲에 피어 있는 빨간 광대버섯은 작은 요정처럼 치명적(?)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광대버섯에는 환각을 일으키는 독성분이 들어있어 예로부터 환상적인 독버섯으로 치부되고 있다. 하지만 광대버섯은 먹고 죽는 일은 거의 없으니 엄밀히 말하면 독버섯이라기 보다는 환각버섯이라고 해야 한다. 버섯연구가인 조나단 오트(Jonathan Ott)는 시베리아 오지 사람들의 한겨울 축제에서 광대버섯을 먹는 풍습이 오늘날의 산타클로스 모습 형성에 영감을 주었을 것이라고 했다.

시베리아 사람들의 겨울 주거지인 천막은 자작나무 버팀목이 받치고 있고 지붕에 굴뚝이 있다. 한 겨울 축제 때 시베리아 샤만(무당)은 말린 광대버섯이나 광대버섯을 먹은 사람의 오줌이 들어 있는 자루를 가지고 굴뚝으로 들어 와서 의식을 행한 다음, 자작나무 버팀목을 타고 올라가 굴뚝으로 빠져 나간다. 보통 사람들은 무당이 스스로 날아다닐 수 있거나 사슴을 타고 날아다닌다고 믿고 있다.

▲ 광대버섯
▲ 광대버섯

이렇게 하여 우리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바로 광대버섯의 색깔인 빨갛고 하얀 옷을 입고 선물 보따리를 메고 굴뚝으로 드나들면서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날아다니며 북극에 살고 있다고 믿게 된 것이다.

광대버섯은 우리나라에서는 1978년 이후 발생한 기록이 없다. 우리나라 버섯 연구계의 태두이자 학술원 회원인 김양섭 박사는 살아생전에 한국에서 광대버섯을 보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인제군 원대리, 횡성군 서원면, 영양군 수비면, 영천시 화북면 등에 자작나무 숲들이 조성되어 있어 머지 않아 광대버섯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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