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이상기후 ‘뉴노멀’ 시대
기후 취약성 파악해 피해 최소화
잘 계획된 적응만이 인간의 살길

▲ 송창근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언제나 그렇듯이 이때쯤이면 세밑,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밤이 길어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가장 짧게 몸속 세포에 각인되어 있을 텐데, 한 해를 정리하기 위해 일 년 중 어느 때보다도 바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이렇게 흐르고 있는데 자연은 어떤가?

최근 세계기상기구(WMO)가 발간한 ‘2021 기후 상태보고서’는 “우리의 눈앞에서 변화하고 있는 세상을 목격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어김없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7년간 지구 온도는 사상 최고치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온도상승으로 인해 우리는 이제 ‘미지의 영역과 시간’으로 지구를 바라봐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극단적 이상기후는 이제 ‘뉴노멀’이 됐다”라고 선언한다. 소위 ‘뉴노멀’의 시대를 우리가 사는 것이며, 자연을 잴 수 있는 눈금자의 축적을 바꾸는 게 현명할지도 모른다.

탄소중립 시대에 온실가스 감축에 온통 우리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오늘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그 수명이 30~200년이어서 지구상에서 없어지는데 적어도 반세기 또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의 손자, 손녀가 장성해 호흡하는 공기에 현재 배출된 온실가스가 포함되어 있고, 바꿔 말하면 과거 100년 전에 배출되었던 온실가스를 우리가 호흡하고 있다는 말이다. 즉, 현재 온실가스 감축의 효과가 아무리 빨라도 30년 이후에 온도 증가가 멈추는 형태로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러면 왜 우리는 지금부터 당장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느냐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는 미래에 대한 지속가능성과 현재 사회·경제 체제의 급속한 전환에 어떠한 입장을 가질 건가, 여기에 그 답이 있다. 전자는 우리의 후속세대에 부담을 지우지 않고 황폐해진 자연을 물려주지 않고자 하는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인류 존속의 본능이고, 후자는 현재 진행되는 혁명적 전환기에 국제 경쟁력에 뒤처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사회·경제 시스템을 신속히 바꿔 오히려 1000년 만에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여느 다른 나라보다 선점하기 위한 공동체의 본능, 국가적 집단지성의 발로이다.

한편, 미래가 아닌 이미 현재 닥친 탄소위기 상황에서의 우리 삶과 자연의 부조화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소위 ‘잘 계획된 적응’만이 살길이다. 이상기후 현상의 시·공간적 변화, 그 강도·빈도 변화에 순응하기에는 인간은 너무 연약한 생명체이다. 따라서 이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계획’이 필요하다. 예측 불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기후재난·재해에 대비한 사회기반시설, 어린이, 노약자 등의 취약계층에게 제공할 맞춤형 보건·복지 서비스, 농·축·수산 등 1차 생산품의 피해 방지, 식수 등의 생활 필수 자원의 확보 등의 소위 ‘기후 취약성’을 미리미리 파악해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교한 계획이 그것이다. 또한, 이러한 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국가 재원, 행정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동원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완비해야 한다. 개개인의 노력과 부담만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어젠다를 설정하고 설계도를 만드는 이때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또 한가지이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소위 24개의 절기(節氣)로 나누어 일년을 경영하는 지혜를 예로부터 가지고 있다. 춘·추분, 하·동지, 춘·추분 등의 계절을 나타내는 절기와 소·대서, 소·대한 등의 온도에 대한 것도 있다. 그러나, 자연의 시간이 흘러가면서 만나게 되는 이러한 이정표들은 현대 사회에서 각자 짊어진 삶의 무게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것이 당연할 진데, 여기에 더해 때가 되면 마땅히 보여야 하는 자연의 모습이 기후변화로 다르게 변해가고 있으니 일년, 일년을 딱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새해의 희망보다 ‘뉴노멀’의 시대에 인간과 자연, 두 수레바퀴의 크기가 서로 달라 우리는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앞서는 세밑이다.

송창근 UNIST 도시환경공학과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