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몸짱의 "짱"들이 세상을 휘젓고 있다. 특별한 사람들이야 원래 그러려니 했지만 이젠 일반인조차도 이 "짱"들의 무차별적인 공세에 무관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얼짱"이 연예인과 비슷한 보통사람을 찾아보자며 시작됐을 땐, 기껏해야 일반인이 대리만족을 얻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얼짱카페가 생겨나고 이것이 히트를 거듭하면서 우리사회에 광풍을 몰고 왔다. "몸짱"은 얼짱 신드롬이 광풍을 일으킨 지 한참 후에 아주 평범한 주부에 의해 시작됐는데 이것에도 인터넷 카페가 생겨났다. 카페는 곧 상업성과 결부된다. "짱"의 진화는 계속되고 이제는 "누드짱"이 성인전용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제 "짱"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표상어(表象語)로 발전됐다. 왜 이렇게 열광하는가. 문명화 이래로 인류가 매달려온 "마음"에 대한 담론(談論)이 아직도 갈 길이 모질고 험한데 갑자기 달려나온 "몸"에 모두들 집착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몸이 중요한 자본수단이 되는 사회에 살고있다는 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몸은 더 이상 수동적인 자기표현의 수단에 머물지 않고 더 많은 소득과 더 나은 자기 이미지와 존경까지 획득하는 능동적인 자본으로 개량됐다. 몸은 개인의 성격이나 성향, 능력과는 달리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아주 날렵한 수단인데 이것에 아름다움의 코드가 접합하면서 자본주의의 핵심 권력으로 버전업(Version up)된 것이다. 더욱이 성형의학은 몸의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충분한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누구든 돈 다발을 내밀면 강요된 미를 살 수 있고 꽃미남의 즐거움에 동참할 수 있는 시대가 활짝 열렸다. 게다가 어떤 사람이든 참여할 수 있는 전천후의 개방형 시장이 웹 상에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 "디카"와 "핸카"같은 현대 과학의 결정체들로 무장한 인터넷상의 수많은 갑남을녀(甲男乙女)들이 자신을 상품화해 마구잡이로 진열대 위에 올려놓고 있다. 이들의 철학은 물론 포퓰리즘(Populism)이다.
 몸짱은 그렇다고 아무나 될 수는 없다.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체형(몸매나 외모)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자원을 들여야 한다. 설령 시간과 용기를 가졌고 투자할 능력이 있다하더라도 여전히 몸짱의 길은 멀고 험하다. 그렇게 쉽게 몸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정부분 타고난 바탕의 몸에 자본주의적 여러 조건들과 대중적 요구가 맞아떨어져야만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보통사람들은 푸념한다. "몸짱은 되고 싶지만 철저한 운동이 힘들고 얼짱이 부럽지만 성형수술하기엔 돈도 돈이지만 용기가 나지 않고"."
 이래저래 외모지상주의에 포위당한 선량하고 평범한 우리들은 어떻게 이 험난한 "짱"의 대양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우선 "맘짱(마음)"이 되도록 노력해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상이 아무리 지혜로운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를 포기하고 "호모 몸짱"을 원한다하지만 그래도 우린 교양과 슬기로움과 현명함을 최고의 가치로 꼽고 있지 않는가. 맘짱이 되는 길은 몸짱의 길보다 훨씬 더 험할지 모른다.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한다. 수많은 심적 고통을 극복해야할 것이다. 물론 맘짱이 된다하더라도 잘 알아주지도 않거니와 인기몰이카페도 생겨나지 않을 건 뻔하다. 그러나, 훌륭한 내면(마음)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야말로 진정한 몸(몸짱)이라는 것을 결국은 모두 알게 되지 않을까.
 이도 저도 힘든 이들은 "배짱"이 되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배짱이 된다는 것은 한마디로 세태의 흐름에 강단을 가지고 대한다는 말이다. 또 용기와 도전정신, 힘들 때 버텨나가는 힘이 있다는 것이고 주관과 개성이 뚜렷한 것으로 보면 된다. 이 배짱은 누구나 조금 노력하면 쉽게 얻을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얼짱, 몸짱은 그 의미의 역사가 아주 짧지만 배짱은 유구하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서양에도 있는 짱이다. 서양사람들은 거트(Gut)가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거트를 직역하면 창자이지만 배속에 있는 장이니 배짱인 셈이다. 역시 그들도 배짱을 알아준다. 따라서 배짱은 동서양을 관통하며 유구한 역사 속의 짱인 셈이다. 배짱에 예의와 신의, 지혜가 포함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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