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문제로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겪은 SK(주)가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 본격 실천에 나섰다. SK는 22일 창사이래 처음으로 현지 생산공장인 울산Complex에서 정기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사회는 사외이사활동을 재대로 하기 위해선 현지공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봐야 한다는 사외이사회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조순 등 사회이사들은 이사회를 마친 후 생산현장 설명회에 참석하는 한편 공장시설 방문과 노조 집행부와의 간담회 등을 가졌다. 이들은 "기존의 보고만 받고 도장을 찍어주던 이사회에서 탈피, 경영 현안을 적극적으로 챙기고 판단하는, 독립적이고 투명한 이사회 운영"을 약속했다.
 SK의 현장이사회에서 주목할 것은 투명경영을 약속한 부분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재벌들의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의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투명윤리경영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끝없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투명경영을 위해 사내외 감시시스템 강화, 소유·지배구조 전환 등의 시도를 펼쳐왔다.
 그동안 우리 재계는 결정적 순간에 대주주나 구조조정본부의 잘못된 판단이나 제도장치 미흡 등의 이유로 "투명경영" 약속은 항상 "빛바랜 약속"에 머물러 왔다. 일각에선 대기업들이 홍보적 차원에서 약속을 이행하는 듯한 시늉만 해왔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SK의 최근 행보는 여타 기업들 사이에 투명경영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기업의 "투명경영 실천"은 그동안 "깨끗하지 못한 기업경영 극복"과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끝없이 요구돼 온 것이다. 그것은 회사의 살림살이나 정보를 공개하되 누구에게나 자금의 흐름이나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다고 인정받음으로써 깨끗한 이미지와 높은 신뢰성을 쌓는데도 더 이상의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직원들에게 실시간으로 경영정보를 공개하고 경영회의에 노조를 참석시키는 투명경영을 도입해 무분규, 노사화합, 기업경쟁력 상승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기업들이 없지 않다. SK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현장이사회를 개최하고 투명경영의 실천을 약속했을 것이다.
 아무튼 울산의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인 SK의 투명경영 노력이 큰 성과를 얻기를 기대하며, 이를 통해 회사 발전은 물론 지역사회에도 더욱 기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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