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사월도 알맹이만 남고/껍데기는 가라"
 지난 23일 울산시청 내 처용문화제 사무처에서 열린 제38회 처용문화제 집행위원회를 보면서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의 한 구절이 머리속을 맴돌았다.
 이번 집행위원회는 당초 처용문화제의 슬로건, 날짜와 장소, 메인행사 등을 잠정 확정해 축제의 윤곽이라도 잡아놓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였지만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처용문화제의 정체성. 집행위원 누구 하나 처용문화제가 왜 만들어졌으며, 그 성격은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하는지에 대해 보편타당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처용문화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견 일치가 되지 않으니 축제의 윤곽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 문제는 비단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의 경우 처용문화제는 자기 정체성 없이 "잡탕"식 축제였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다. 인기가수들의 공연과 불꽃놀이, 비위생적인 먹거리장터, 허술한 전시관 등등 행사장 어디에도 처용은 없었다.
 기껏 처용은 황성동 처용암에서 조잡한 미니어처로 잠깐 등장한 뒤 축제 기간동안 전시관 한켠에서 작은 소모품으로 제작, 전시·판매된 정도였다. 이것마저 지난해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혹평하자면 그동안 처용문화제는 "알맹이" 없이 번듯한 "껍데기"로 치장돼 온 것이다. 오는 5월1일 집행위원들이 다시 만나는 자리에선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38돌이라는 장년의 나이에 접어든 처용문화제에 제 "성격"을 부여해주기를 기대한다.
 처용문화제 개막식 무대에 인기가수들의 공연보다 차라리 지금은 유야무야된 뮤지컬 〈처용〉을 올리는 것이 훨씬 더 보기좋을 듯하다.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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