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외부 사이의 소통으로 인한
변화의 연속이 삶이자 세상이다
바깥세상 흐름에 대한 통찰력 중요

▲ 정연우 UNIST 디자인학과 교수

필자는 2020년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9가지 통찰력’이라는 주제로 칼럼을 썼고, 지난해에는 여러 영역의 변화 ‘Trans-’에 대한 칼럼을 썼다. 성찰과 변화에 이어 올해는 외부의 영향력을 주제로 삼는다.

Outsight. 아웃사이트는 ‘외부로의 시선’이라 직역된다. Insight 인사이트가 ‘내부로부터 깨닫는 통찰력’이라면, 아웃사이트는 ‘외부의 시선’, ‘경험으로 얻는 통찰력’이다. 삶은 변화의 연속이다. 그리고 속세에서 유리된 수도자가 아닌 이상, 죽을 때까지 외부와 소통한다. 영향력은 나로부터 바깥으로 향하기도 하고, 바깥으로부터 나에게 들어오기도 하면서 변화를 만든다. 나와 외부 사이 소통이 만드는 ‘그 변화’의 연속이 삶이자 세상이다. 간단하다.

그러나 이 간단한 이치는 의외로 잘 작동하지 않는다. 아집가(我執家)가 첫번째, 그들의 집단이 두번째다. 강한 자기 확신은 변화를 ‘이미 다 해봐서 아는 현상’ 쯤으로 치부한다. 스스로 ‘현자’라 여기니 ‘갈라파고스의 왕’이다. 재미있게도 갈라파고스 왕이 참 많다. 가족 중에도, 친구 중에도 있다. 직장 동료 중에도, 아랫사람 윗사람 중에도 있다. TV 뉴스 속 정치인 중에도 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건 이렇게 하면 돼” “응 그거 안 봐도 뻔해, 별 수 없어”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봐야 아나” 라는 답답함이란, ‘고구마 1000개’는 기본이다. 건강할 리가 없다.

경험담. 모빌리티에 대해 필자는 7년 전인 2015년, 여러 기업과 기관에서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가 전기로 가속화될 것이라 발표했다. 그 때마다 전기차는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것이라거나 테슬라는 곧 망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5년 전, 완성차기업이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라며, 마음 먹으면 테슬라 정도는 쉽게 잡는다고 호언장담한 기업임원들과 기관, 시 공무원들을 기억한다. 3년 전, 수소차가 전기차를 제치고 주류가 될 것이라며 강한 드라이브를 외쳤던 관계자, 정책담당자의 목소리가 굉장했다. 2년전, 연산 100만대도 안되는 테슬라 시총이 수 천만대에 이르는 토요타, 폭스바겐, 지엠, 포드, 현대를 다 합친 것보다 높은 게 미쳤다는 이들도 봤다. 작년에는 전기차가 결코 내연기관차보다 친환경일 수 없다는 미디어도 있었다.

아웃사이트가 없다. 정밀 제어는 일반 모터로 안되고 서보 모터를 써야 가능하다는 것은 공학기초지식이다. 동작이 고도화될 수록 내연기관 제어로 해결하기 힘든 것은 상식이다. 이는 자동화 위주 미래에 전기차가 대세가 될 수 밖에 없는 제 1조건이다. 에어컨, 라디오, 조명, 계기판, 시트, 엔진, 변속기 마다 개별 작동하는 수십 개 ECU를 1개로 통합한 테슬라. 의미도 모르고 그저 2t짜리 범퍼카 취급한 관계자들은 이제 알까? 5년이 흐른 지금도 테슬라급 성능과 주행거리를 가진 레거시업계 모델은 안보인다. 2018년 넥쏘 출시 이후 수소승용차 신모델은 없고, 제네시스 수소차도 취소됐다. 해외에선 벤츠, 아우디, BMW, 혼다, GM까지 수소차 연구를 중단하는 기업만 더 늘었다. 경험자는 알겠지만 수소 충전의 번거로움은 전기차 이상이다. 배터리와 모터의 기술발전에 수소차는 승용차 뒷전으로 물러나 대형 상용차에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다음은 테슬라 시총 이야기다. 수백 개 통신위성을 띄워 차량용 데이터망을 구축하고, 착륙장에 되돌아오는 로켓을 쏴대고, 도심지 땅속 터널을 뚫어 신 교통시스템을 만들고, 태양광 인프라를 개발하고, 인류의 화성 이주를 목표하는 기업의 시총이 내연기관 자동차제조사 몇개보다 높은 건 당연하다.

전기차 친환경 논쟁도 아웃사이트로 풀어보자. 내연기관 효율이 전기모터보다 낮은 것은 누구나 안다. 발전소 1개를 운용하는 것이 수 천개 엔진의 총합보다 오염물질 배출이 낮다는 점도 상식이다. 전기차용 전기 생산이 화석연료로 이루어진다며 땡깡 부리는 것까지 받아줄 만큼 우리 지구는 한가롭지 않다. 태양광, 풍력, 수력 재생에너지든 원자력이든 점점 더 화석연료 발전이 줄어드는 현실을 설마 미디어가 모를까.

아웃사이트가 절실하다. 모빌리티 뿐일까? 귀 닫고 눈감는다고 세상이 멈춰 있을까? 떼 쓴다고 내 맘대로 움직여줄까? 코로나 3년, 갈라파고스왕에게 좋은 핑계였겠지. 사실 갈라파고스가 코로나보다 더 무섭다. 외부로의 세상(세밀한 모습)을 보자. 아웃사이트. 영향력을 전파하는 시선은 무엇인가?

정연우 UNIST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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