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은 80년대부터 시작된 디지털 혁명으로 인하여 출판문화가 급격하게 쇠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때는 그렇게 보이기도 했으나, "좀머 씨 이야기"나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시리즈는 인터넷에 머물던 시선을 책으로 단숨에 돌려놓을 만큼 성공을 거두었다. 국내의 느낌표 선정도서를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의 책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어 관계자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있다. 요즘 많은 출판사들이 파주시에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를 조성하여 편집과 제책, 유통구조에 이르기까지 출판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한국의 출판 산업이 세계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책은 영상매체나 전자매체에 비해 고유한 정서와 향취가 있다. 책은 가지고 다니기가 간편할뿐더러 아무데서나 편한 자세로 읽을 수 있다. 또한 전자매체보다 눈의 피로가 덜하고, 행간 속의 의미를 음미하는 여유로움이 있으며, 상상을 키워가는 즐거움도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어느새 맛보게 되는 성취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다매체시대에는 대중의 취향에 영합하는 오락성이 있는 대중소설이 문학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고 있지만, 위에 열거한 베스트셀러는 순수문학으로 성공한 작품들이어서 그런 염려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들 문학작품을 살펴보면 기존의 지루하고 지나치게 현학적인 묘사 대신, 시각화된 이미지와 빠른 이야기 전개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의 속도성과 맞아떨어지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또한 베스트셀러의 특징은 어린아이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층의 독자를 아우를 수 있는 소재와 표현방법이 기존의 작품과 차별성을 두고 있는 점이다. 그렇게 생각할 때, 새로운 형태의 문학이 이미 세계인 앞에 드러났다는 느낌마저 든다.
 문명의 이기가 새롭게 나올 때마다 명암은 있게 마련이다. 처음 텔레비전이 나왔을 때는 텔레비전이 시각을 자극함으로써 논리적 사고를 저하시킨다는 이유로 "바보상자"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텔레비전은 이미지의 중요성을 대폭 인식시켰다. 인터넷은 또 어떤가. 디지털혁명의 익명성 때문에 다중인격과 난무하는 정보로 인해 비논리적이고 즉흥적인 사고가 판을 치지만, 인터넷은 신속한 업무처리는 물론 정보나 지식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시대에는 "읽기"뿐만 아니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쓰기"의 르네상스도 함께 찾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의를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써 활자화된 종이책의 진가가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읽는 양뿐만 아니라 쓰는 양도 늘어가고 있어 "문자르네상스"가 새롭게 찾아온 것은 아닐까 싶다.
 시대에 맞춰 독서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교과목이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강요형" 독서가 아직은 으뜸일 테고, 인테넷을 이용하여 다양한 정보와 지식이 있는 사이트를 누비면서 필요한 것을 찾아 헤매는 "검색형" 독서, 만화나 무협소설 같은 단순한 즐거움으로 읽는 "오락형" 독서, 교양서적이나 참고서적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는 "대출형" 독서, 관심 있는 분야만 섭렵하게 되는 "마니아형" 독서가 있을 수 있다. 독서를 위해 인터넷, 대여방, 도서관을 이용해 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꼭 읽고 싶은 책이 있을 때나 선물을 하고 싶을 때는 서점에 가게 된다.
 각종 종이책과 신문이나 잡지, 게임류와 DVD의 판매, 커피숍과 같은 휴식공간의 마련, 작가와 만남을 주선해주는 문화 행사까지 열고 있는 서점은 이 시대와 어울리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울산에서는 아직까지 전문적인 독서설계사 수준으로 책을 진열하거나, 앞에서 예를 든 디지털시대형의 서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선진국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베스트셀러에 이유가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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