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거대한 정치흐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면서 울산에서 거대한 정치흐름이 목격됐다. 한나라당 소속이거나 당원이던 상당수의 시·군·구 의원들이 열린우리당 옷으로 갈아입었다. 정당 공천으로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내천"이라는 형태로 사실상 정당공천을 받은 기초의원들이 대부분이다. 출신 선거구의 바닥민심을 가장 잘 요리하고 일선 선거조직을 사실상 움직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탄핵폭풍 소용돌이 속에서 울산정가를 황금분할 시킨 선거결과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번 선거는 울산 정가 지형도를 대폭 바꾼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체로 보수세력이 두 가닥으로 나누어지고 개혁과 진보세력은 연대를 이루지 못한 채 "마이웨이"를 선언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으로 대변되는 보수세력이 주축을 이루는 가운데 개혁과 진보, 세 갈래로 구성됐던 때와 큰 차이를 보인다. 시·구·군 의회의 색채가 다양해졌다는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특히 울주군의회 의원 7명이 열린우리당으로 돌아서면서 한나라당 일색에서 색깔이 역전됐다. 보수세력으로 분류되는 강길부 전 건교부 차관이 후보로 결정되면서 이런 변화는 가속도를 더했다. 변양섭 의장, 김철준 부의장을 비롯 김석암 운영위원장, 서완영 내무위원장, 김지호 신동두 최인식 의원 등 7명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중구의회의 김영길 의원도 박빙의 선거전이 치러지는 도중 한나라당 일색의 중구의회에서 뛰쳐나왔다. 남구의회는 국민통합21 당적이던 김두겸 의장과 윤원도 운영위원장이 각각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으로 입당했다. 이종범 전 울산시의원도 총선출마를 위해 무소속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입당했으나 당내경선에서 탈락했다.
당적변경 그럴듯한 명분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유권자들과 상의 없이 결정해 놓고도 명분은 그럴싸 하다. "지역발전을 위해 힘있는 여당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 원내교섭 정당 선택",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이런 명분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얼마나 먹혀들지는 유권자들의 몫이다. 향후 단체장 또는 지방의원 선거 공천확보를 위한 보험에 들었다는 고백은 한 마디도 없다. 이들이 다음에 출마할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평가를 어떻게 받을지가 궁금해진다. bigbell@ksilbo.co.kr